"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안내책자에도 '4인 가족의 경우 최고 2억원까지 보호된다'고 돼 있습니다. 문맥상 '5천만원이 넘는 돈은 가족이름으로 분산예치하면 된다'는 뜻 아닙니까." 21일 여의도 의원회관에는 '김천저축은행 피해자 연대'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영업정지된 김천저축은행에 가족 이름으로 분산예치했다가 돈을 떼이게 된 고객들이었다. 이중 50대로 보이는 한 주부는 "예보가 '분산예치'라는 함정을 파놓고 어리숙한 예금자들을 기만한 셈"이라고까지 했다. '분산예치'는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재테크의 화두처럼 된 용어다. 은행보다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에 예금자보호한도인 5천만원씩 나눠 예금하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충고였다. 하지만 김천저축은행에 분산예치한 고객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1인당 5천만원까지만 예금보호를 받게 됐다. 예금할 때 '만기가 되면 대표예금자 한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받겠다'고 하는 '자동이체신청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 신청서를 근거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쓴 차명계좌가 확실한 만큼 예금보호는 대표예금자 1인당 5천만원으로 제한된다"고 통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천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자동이체신청서는 저축은행 직원이 '돈을 찾을 때 편리하다'고 해서 작성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차명의 증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암묵적으로' 가족명의의 분산예치가 용인 내지 방조돼 왔는데 예보가 아무런 사전 홍보도 없이 '차명계좌 비보호' 방침을 밝힌데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국민의 혈세(공적자금)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예보의 충정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불확실한 예금보호규정' 때문에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을 떼일 처지에 놓인 김천저축은행 고객들의 하소연도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최철규 경제부 금융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