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초 미국등 세계주요 8개국(G8)정상들이 프랑스 휴양도시 에비앙에 모인다. 이라크재건 문제와 세계경제회복방안이 이번 G8연례 정상회담의 주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8정상들이 이번 회담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자유화협상(도하개발어젠다)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글로벌 리더십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WTO협상이 성공하면 자유 무역확대가 진정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될수 있다. 분명 올바른 무역자유화는 세계의 부국과 빈국을 동시에 도와주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WTO협상이 당초의 목표대로 2004년말까지 타결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정치적 결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도하개발어젠다의 성공은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악화된 미국과 프랑스.독일 관계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가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힘을 합쳐 궤도이탈위기에 처한 WTO협상을 원활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 지금은 선진국지도자들이 과연 세계질서에 대해 공통된 비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G8정상들은 WTO협상의 시한내 타결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도하개발어젠다는 개발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는 첫 국제무역협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2년전 도하에서 개도국들이 자유무역의 혜택을 확신해야만 세계무역이 확대될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도하개발어젠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협상은 많은 장애물들에 걸려 결렬위기에 놓여 있다. 의약품및 농산물시장 개방협상이 별 진전없이 중요한 시한을 넘겼다. 시간이 없다. 이제 세계대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중요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는 WTO각료회의는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한채 협상은 뒷걸음을 치게 될 것이다. 디플레우려와 급격한 달러하락,독일 일본의 경기침체등 세계경제환경은 이라크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때 WTO각료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게 되면,보호주의 확산등으로 세계의 경제.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도권은 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에 크게 실망하게 될것이다. 따라서 G8지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계무역협상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은 개도국들에게 개발과 무역에 관한 조건과 규정을 가해서는 안된다. 대신 빈국등 개도권을 도와주는 것이 선진국 자신들을 포함해 세계 전체의 이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세계경제는 잘사는 나라 또는 못사는 나라들에 의해 영위되는 것이 아니라,부국과 빈국간의 상호 협력과 이해속에서 발전된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표해야 한다. G8정상들은 특히 세계무역이 일부 강대국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공통 합의에 의한 규정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6월 정상회담에서 선언해야 한다. 에비앙에서 G8이 리더십을 보여줘야 칸쿤의 WTO각료회담은 성공할수 있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경영위원회 위원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Sharing the benefits of global trad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