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열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1987년. 우리나라 음료산업의 새 장을 여는 상품이 하나 등장했다. '포카리스웨트'. 음료라면 탄산음료 과일주스가 전부인줄 알았던 소비자들은 이 상품으로 스포츠음료에 눈을 떴다. 동아오츠카가 지난 16년간 판매한 포카리스웨트는 무려 40억캔. 국민 1인당 85캔씩 마신 셈이다. 포카리스웨트에 이어 게토레이(제일제당·현 CJ),파워에이드(한국코카콜라),네버스탑(해태음료) 등이 가세했고 스포츠음료 시장은 올해 2천억원대로 성장했다. 포카리스웨트는 지난 16년간 선두를 달렸지만 한때 게토레이에 시장점유율 5% 안에서 추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제일제당이 음료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독주해왔다.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3백개 대형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스포츠음료 5월 시장점유율(18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포카리스웨트의 점유율은 52.1%에 달했다. 게토레이(16.2%),파워에이드(12.9%),네버스탑(12.3%) 등은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2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CMS가 시장점유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에는 스포츠음료 시장 점유율은 포카리스웨트 49.0%,게토레이 19.4%였다. 이때에 비해 파워에이드는 3%포인트 오른 반면 게토레이는 3%포인트 가량 떨어진 셈이다. 파워에이드와 네버스탑의 점유율은 12% 안팎을 오르내리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스포츠음료 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01년 말 CJ로부터 게토레이 국내 판권을 인수한 롯데칠성이 '타도'의 칼을 빼들었기 때문. 롯데칠성은 '작심'이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로 파상공세를 펼칠 태세다. 신호탄은 이달부터 내보내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 선수를 기용한 TV광고. 후속타도 준비 중이다. 롯데는 올해 게토레이를 띄우기 위해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광고비를 배정했다. 경품행사 마라톤 길거리농구 등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칠성 강정용 홍보팀장은 "올해를 '실지회복의 원년'으로 삼아 연말까지 게토레이의 점유율을 30%선으로 끌어올리고 내년에는 역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동아오츠카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회사 관계자들은 "상대가 롯데라는 점이 가장 신경 쓰인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자칫 롯데의 막강한 자금력에 휘말릴 수 있다고 판단,맞대응 광고는 자제키로 했다. 그 대신 단순한 스포츠음료가 아니라 여성들이 선호하는 '생활음료'라는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포카리스웨트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손예진 김규리 등 여성 탤런트가 등장하는 광고를 방영하는 등 늘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왔다. 올해는 어떤 광고로 게토레이의 공격을 막아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