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一 < 가톨릭의대 교수·산업의학회장 > 최근 들어 조선업 자동차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직종에서 작업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 발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정된 건수가 2001년 1천5백98명,2002년 1천7백75명으로 전체 직업성 질환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77년 2백11명에 비하면 5,6년 사이에 8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대우 옥포조선소의 경우 근로자 10명 중 1명 꼴로 산재 판정을 받아 매출 손실이 연간 2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근골격계 질환의 이 같은 급증현상은 새로운 위험요인에 기인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잠재적으로 누적되어온 것이 표면에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이에 따라 감당하기 벅찬 사회·경제적 부담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이란 특정 신체부위의 반복작업과,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작업자세,강한 노동운동,과도한 힘,불충분한 휴식,추운 작업환경,진동 등이 원인이 되어 관절 부위를 중심으로 근육과 혈관 신경 등에 미세한 손상이 생겨 통증과 감각 이상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환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어 위험요인을 제거한 뒤 적절한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연구들은 몇몇 직종(職種)의 단면연구에 치중해 왔다. 앞으로는 다양한 직종으로 연구영역을 넓히고,개입연구나 추적연구 등 연구기법을 더 확장하여 위험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또 효과적인 대책과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기초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의 기초에는 근골격계 질환 발생 자료를 기록할 수 있는 감시체계의 구축 및 정확한 질병 양태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법체계 정비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작업 관련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인자는 바로 작업과 관련돼 있다. 그러므로 작업대를 인간공학적으로 설계하여 부적절한 자세나 힘을 쓰지 않게 하고,작업 조건을 개선하여 단순 반복 운동의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게 하여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신체적 특성과 능력에 맞는 설계와 배치가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은 기능적 장애가 초래되기 전에 비교적 오랫동안 통증 등 주관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일부 환자는 대증적인 자가치료의 경험을 하게 되므로 적절한 시기에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개인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효과적인 예방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적절한 예방조치가 취해지지 않거나,치료 후의 관리가 적절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질병 발생 초기에 치료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질병이 악화되거나 고착된 후 산재요양을 받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근골격계 질환은 작업과 관련된 요인 외에도 고령화,운동을 포함한 생활양식,취미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되는 다요인적 질환으로 통증 호소가 주증상이다. 그래서 작업과의 직접적인 관련성 여부를 가름하는 객관적 진단기준이나 인정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중요한 직업성 질환으로 다루는 선진국에서도 각국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부합되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과 관리방안을 마련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다. 대한산업의학회에서는 오는 8월까지 '근골격계 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의학적기준이나 관리방안 제시만으로는 바람직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노·사·정 모두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사측은 작업조건과 환경개선에 최선을 다하고,노측은 발병되어 치료를 받는 경우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또 정부는 적절한 휴업보상제도,건강보험과 연계한 질병관리를 포함한 합리적인 요양 지도 등 긍정적인 자세로 임할 때 산업계의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확산사태는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