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인 SK글로벌 문제가 금주중 중대고비를 맞는다. 6주간에 걸친 고강도 실사결과가 공개되는데다 SK측의 자구계획도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어서 SK글로벌의 생사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부실규모가 우려만큼 크지 않은데다 SK그룹으로부터 `성의있는' 자구안이 나올 경우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채권단과 SK가 합의도출에 실패할경우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 부실 6조, 자본잠식 4조6천억 SK글로벌 부실규모는 금융계의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국내 2조원, 해외 4조원 등 모두 6조원대이고 자본잠식 규모는 4조6천억원선인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부실규모가 너무 커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통상 실사기관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는데다 종합상사의 업종 특성상 해외부문의 `숨은 부실'이 크기 마련이어서 실사를 거치면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부실규모가 예상처럼 크지않은 것은 SK글로벌이 해외에 파킹해둔 ㈜SK주식이나 전환사채 등 수천억원의 은닉자산이 발견된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이라는게채권단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에 숨겨둔 주식 등이 발견됐을 수 있다"면서 "일부에서의심하는 것 처럼 소버린과 연결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구안 어떻게 구성되나 SK가 금주중 제출할 예정인 자구안은 크게 SK㈜의 매출채권(1조5천억원) 출자전환과 계열사 거래 유지를 통한 영업이익 증대, 해외영업망 축소, 수익성 낮은 사업정리 등으로 요약된다.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SK㈜는 주주들의 반감을 의식, 출자전환 규모를 줄이되 계열사 거래를 통해 영업이익을 두 배로 늘려 상환능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업구조조정 일환으로 무역부문을 축소해 해외영업망 대부분을 폐쇄하되 미주법인 등 잔존 사업에 필요한 일부는 남겨놓기로 했다. 이중 채권단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SK의 매출채권 출자전환 규모다. 채권단은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를 상계처리한 뒤 ㈜SK가 받을 돈 1조5천억원을모두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을 정상화하려면 자본잠식을 해소해야 하며 4조6천억원중 ㈜SK가 1조5천억원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정회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미주법인을 포함한 해외법인중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채권단, SK그룹에 최후통첩 채권단은 자구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SK글로벌을 과감하게 청산할 것이라고 SK그룹에 최후 통첩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K㈜는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지만 청산후 빚 잔치를 할 경우 SK㈜에 얼마나 유리한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SK가 그룹 차원의회생의지를 보이지않을 경우 채권단은 SK글로벌을 청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말했다. 그는 "청산시 ㈜SK는 매출채권 1조5천억원을 모두 날릴 우려가 있지만 채권단은최태원 회장의 담보를 감안하면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판례에 따르면 대주주.계열사의 매출채권은 상거래 채권이지만 금융기관 채권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SK㈜는 받을 돈 1조5천억원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높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기관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신규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SK㈜는 유동성에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데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주유소를 처분하면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단은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정상거래 유지 외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로했다. 현실적으로 SK텔레콤은 매출채권이 별로 없어 채권단의 요구에 한계가 있는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블루칩'으로 외국인지분율이 높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자구 요구에 SK그룹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SK글로벌 처리는 정상화나 청산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