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 < 서울옥션 대표이사 soonung@seoulauction.com > 우리에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치르는 홍역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돈과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이런 저런 비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많은 돈과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모자랐던지 돈과 권력을 더 바라다가 결국은 파행을 맞게 되는 사람들을 우리는 수 없이 보고있다. 경제학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좀 자극적으로 표현하면 욕망포화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추가적인 소비로부터 얻게 되는 만족감은 점점 줄어들어 결국 추가로 더 얻는 만족(한계효용)이 영(零)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목이 탈 때 콜라 한 잔은 황홀한 짜릿함을 주지만 두 잔,석 잔 거듭 마시면 그 짜릿함이 줄어들어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는 욕망의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얘기다. 신의 섭리이기도 한 이런 자율조절작용이 없다면 인간을 포함한 어떤 동물들도 살아남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만일 거꾸로 한계효용체증의 법칙(?)이 작용하여 마실수록 더 시원해지고 먹을수록 더 맛있어진다면 생존경쟁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돈과 권력'은 한계효용체증의 법칙이 작용해 가질수록 그 효용이 커지는가 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돈과 권력의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등장하니 말이다.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결국 끝간데까지 가다가 파국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것같다. 창조주께서 유독 돈과 권력에 대해서만은 이런 자율조절기능을 주시지 않은 것은 왜일까? 인간이 돈과 권력까지 만들어 내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시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탐욕을 자제할 줄 모르는 인간에 대해 인간 스스로 벌주어 잘못을 깨우치기를 바라셨던 것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탐욕을 자제할 줄 아는 인간을 길러 내는 사회.그런 사회가 성숙된 사회일 것이다. 선진국가 선진사회일수록 돈과 권력에 대한 그런 자율조절기능을 잘 갖추고 있다. 우리도 어서 빨리 성숙한 국민이 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을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