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정부와의 노정협상에서 경유세 인상분 추가 보전 등 11개항에 합의하고 파업을 풀기로 한 것은 최악의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어쨌든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파업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파업발생 때부터 노정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측의 벼랑끝 전술에 밀려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초과근무수당 비과세대상 포함 등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정부가 불법집단행동에 일방적으로 밀렸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특히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 뻔한 경유세 인상분 추가보전까지 약속해 버스 택시 등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 소지를 남겼다. 이번 사태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정부가 특정이익집단과 직접 마주 앉는 선례를 만든 점도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엄격하게 볼 때 지입차량 운전자들이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과 노동3권 보장문제를 협의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가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파업을 푸는 데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욱 걱정인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노조편향적인 정책으로 노조의 기대감을 지나치게 높여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가 두산중공업 철도노사협상에 이어 또 집단행동에 굴복함으로써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밀어붙이니까 되더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올해 춘투는 전례없는 과격한 투쟁양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올해는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는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치밀한 사전대응을 하기는커녕 파업발생 사실 자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주무부처'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대통령이 "위기대처능력 공백상태"라는 지적까지 해야 할 정도라면 한심해도 보통 한심한 일이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정치논리에 밀려 법과 원칙이 설 땅을 잃는다면 나라경제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으름장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불법집단행동도 성공하면 합법'이란 관행이 더이상 통용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협상을 통해 현안을 푸는 것과는 별도로 불법행위 주모자는 반드시 색출해 처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