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은 지난달 나종훈 부사장(46)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깜짝 인사를 했다. 고참 부사장들을 제치고 나 사장이 임명돼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였다. 나 신임사장은 지난 84년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약품에 첫 발을 디딘지 20년 만에 샐러리맨의 꿈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국제약품은 1970년대 중반부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해왔으며 나 사장은 이 회사 최연소 CEO다. 나 사장의 입사 동기 가운데 아직 부장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나 사장이 CEO로 발탁된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경영능력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기획조정실장으로서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고 부사장 때는 회사의 골칫거리였던 재고품을 완전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 사장은 새로운 도약을 앞둔 국제약품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일찌감치 들어왔다. "세계적 제약회사로 도약하라는 무거운 짐이 저한테 주어진 것 같습니다. 치료제 전문기업의 장점을 한껏 살려 나가겠습니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용모의 나 사장은 신임 대표이사로서의 첫 포부를 이렇게 밝히며 "끊임없는 제재 연구를 통해 우수한 치료효과를 가진 당뇨 고혈압 약을 올해 말에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앙연구소를 통해 페니실린 퀴놀론계 등 의약품 원료의 국산화와 소염진통제 골다공증치료제 진경제 등 각종 원료의약품 개발에 대한 공정개선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6백억원의 의약품 매출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40%가 항생제 계통의 치료제입니다. 올해 매출액은 최근 시판에 들어간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페코 등의 호조에 힘입어 7백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나 사장은 "중국 동남아 유럽 지역으로 의약품 수출을 크게 늘리고 신제품 시판에 박차를 가해 2005년에 가서는 매출 1천억원 시대를 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국제약품은 지난 3월 광고주협회 주관의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사랑입니다'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시리즈로 제약업계 최초로 라디오 부문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 아버지,어머니,열가지 약,사랑의 파장 등 총 4편의 시리즈 광고를 라디오를 통해 선보여 좋은 광고상을 받게 된 것이다. "사랑이 약 이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좋은 약입니다." 나 사장은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정신이 광고 메시지에 투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LOVE 1004(천사)라는 기업 비전을 내세워 기업정신을 실천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사장의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혼자 업무를 볼 때도,임직원과 사장실에서 회의할 때도 그의 사무실 문은 닫히지 않는다. "감출 게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투명성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년 내내 문이 활짝 열려있으며 직원들 누구나 사장실을 찾아 모든 걸 얘기할 수 있습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