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부산지부가 파업을 강행키로 결정, 항만이 완전 마비되는 물류대란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화물연대가 지난 12일 노.정, 운송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경유가 문제 등을 제외한 상당부분을 얻어 낸 상황에서 파업강행 결정이 나오자 정부와 관련업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도부의 설득을 왜 외면했을까. 우선 파업을 강행하는게 앞으로 얻어 낼 것이 많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정부 요구사항 가운데 경유가 인하 등을 확실히 얻어내야 한다는 강박감도 파업 강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합원들은 "협상단이 12개 쟁점사안중 손쉬운 것만 합의하고 핵심쟁점들은 남겨둔 상황에서 파업을 철회한다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합원들은 며칠만 더 파업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지금 파업을 철회하면 추가 쟁취하는데 몇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점도 파업강행을 부채질했다. 조합원들이 해산하면 다시 모이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파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노조원은 "정부가 불법행위를 엄단한다는데 어떻게 파업을 푸느냐"며 "끝장이 날 때까지 정부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밝혔다. 화물운송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신도 파업강행의 한 이유다. 지도부는 정부와 파업취소 일정을 잡아놓고 협상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 조합원들의 불신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날 파업강행 결론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오후에도 집행부가 18일까지 파업을 유보하고 정부와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몇 시간 만에 이를 철회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조합원의 생각이 파업강행인데도 집행부가 조합원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않고 파업철회를 유도하는데 대한 불신이 팽배해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 조합원은 설명했다. 운송노조 한 대표는 "노조원들이 협상을 통해 결정이 됐으면 수용하고 더 좋은 방안으로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데 강행방침만 주장하니 앞으로의 협상에 어떻게 나서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형화주들에 대한 불신도 조합원들의 파업강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강성조합원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를 누르고 업체들과의 협상테이블을 압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한 조합원은 "지난 1년동안 정부에 수차례 해결을 요청, 건의했으나 들어주지 않다가 파업에 돌입하니까 정부와 업체가 의견을 들어주고 있다"며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이겨 근본적인 물류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지난 3년동안 한번도 화주들이 자발적으로 운송료를 올려준 적이 없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송료를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운송위기때는 엄정 대처한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며 "불합리한 제도를 이제까지 방관해온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잘못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