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내주부터 본격적인 임단협 협상에 들어간다. 은행권의 올해 임단협은 은행연합회(회장 신동혁)와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이용득)가 각각 노사 대표권을 위임받아 벌이는 첫 산별교섭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은행권 임단협은 교섭권 위임없이 단체로 협상을 벌이는 공동교섭 형태였다. 특히 금년엔 금융노조가 노동계 최대 이슈인 비정규직의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해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은행 경영이 악화된 가운데 노조측은 11.4%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은행측은 두자릿수 인상 불가 방침으로 맞서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 노사는 일단 오는 19일 첫 상견례를 갖는다. 이번 산별 교섭은 20개 은행뿐 아니라 금융결제원 자산관리공사 등 유관기관 11곳을 포함해 모두 31개 기관이 대상이다. 올해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역시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관심사인 데다 노사의 입장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금년부터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똑같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 또 각 은행이 비정규직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윤태수 금융노조 정책1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비정규직은 인력구조를 왜곡해 결국 은행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든, 정규직 신입 행원을 늘리든, 어떤 방식으로든 비정규직을 축소해야 한다는게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노조원이 아닌 비정규직은 임단협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은행연합회 공성길 노사협력팀장은 "비정규직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뒤에야 협의대상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축소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인상률을 놓고도 이견이 팽팽하다. 금융노조 제시안은 11.4% 인상이다. 그러나 올들어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 은행들은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아직 협상안을 마련하진 못했지만 어떤 경우라도 두자릿수 인상은 어렵다는 것. 은행 관계자는 "금년들어 모든 은행의 순익이 급감한데다 앞으로도 경영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10%가 넘는 임금인상을 할 순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권 노사는 '6.5%±∝' 임금인상안에 합의했었다.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도 뜨거운 감자다. 금융노조는 은행 이사회에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포함시킬 것을 공식 의제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은행측은 "이사회에 노조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는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금융계 현안인 조흥은행 매각이 임단협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이 문제가 또다른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