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작되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청계천변 상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은 한때 '중저가 의류 도매의 중심지'로 불렸던 곳. 평화 신평화 동평화 남평화 청평화 등 일명 '평화시장 라인'에는 1만3천개가 넘는 점포가 몰려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이곳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게 된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서울시는 각종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청계천변 상가들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공사가 시작되면 상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사로 노상주차가 불가능해지면 도로 2차선까지 차를 대고 물건을 사가던 소매상들이 발길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썰렁한 의류상가 일요일인 11일 밤 11시 평화시장. 상가 문을 연 지 1시간이 넘었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점포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문을 닫은 지 1주일이 넘었다는 점포도 있다. 상인들은 신문을 보거나 손톱을 다듬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층계를 따라 내려가니 지게꾼 대여섯명이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고 있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동대문 생활 10년째라는 한 지게꾼은 "장사가 된다는 점포가 하나도 없다고 봐도 된다"며 "현금이 제대로 도는 점포는 30%도 안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상인들은 '평화시장 40년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때'라고 말한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두타 밀리오레 누죤 등 새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고객이 대거 이탈한 데다 경기마저 얼어붙었기 때문. 한 상인은 "청계천 복원공사로 상권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 이탈 조짐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평화시장 라인 상가에서는 권리금이 사라졌다. 평화시장의 경우 권리금이 한때 점포당 평균 8천만원에 달했지만 이제는 2천만원까지 떨어졌다. 건물주에게 내는 보증금을 제하면 사실상 권리금이 없어진 셈이다. 평화시장 2층에서 운동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불경기가 심해지면서 권리금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청계천 복원공사 계획이 발표된 후엔 거래가 끊겼다"며 "가게를 내놓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여력이 있는 상인들은 평화시장 라인을 떠나고 있다. 디자이너크럽 에이피엠 등 현대식 도매상가에는 빈 점포를 알아보려는 평화시장 라인 상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누죤 관계자는 "이달 들어 점포 임대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수차례 서울시 측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자 오는 22일 가두시위를 하기로 했다. 평화시장상인회 이문성 회장은 "청계천변 상가 상인 1만여명이 동대문에서 시청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