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SK글로벌 사태를 계기로 부실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여신규모를 줄이고 있다. 부실징후가 조금이라도 포착되면 론리뷰(대출거래가 있는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재평가)에 착수하는 등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여신감축에 나서는 등 디마케팅(Demarketing)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이런 움직임은 은행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자칫 정상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조기경보제 전면 손질 국민은행은 조기경보 대상 기업을 가급적 줄이되 재무제표 중심의 선정.평가방식에서 벗어나 영업점 기업금융전담 은행원(RM)을 통한 현장모니터링 정보 등 비재무적 요인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특히 명동 사채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풍문과 채권.어음 할인금리도 중요 정보로 참고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로부터 자문까지 받아가며 조기경보시스템을 강화했다. 순여신이 20억원 이상인 기업중 △금융기관 차입금이 연간매출의 75%를 넘는 기업 △1∼6개월 연체가 발생한 기업 등을 조기경보 대상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대출규모 상위 1백개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다시 하고 있다. 순여신 3억원 이하의 소액여신 거래처에 대해서는 10개 기업위험 평가 항목중 하나라도 저촉될 경우 조기경보 업체로 선정해 본점심사부가 직접 관리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경기전망과 업종별 부실률을 조기경보대상 선정기준에 반영하고 영업점이 아닌 본점에서 대상기업을 관리토록 했다. ◆ 디마케팅 확산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은 조기경보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신규모를 줄이고 신규대출시 추가담보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채권보전이나 여신운용에 관한 '특별약정'도 맺는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채권보전 조치 후 신용위험 정도에 따라 △즉시 회수 △점진적 회수 △구조조정 추진시 현상유지 △현상유지 등 4단계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조기경보 대상인 중소기업 10여개에 대해 특별약정을 맺고 부동산을 매각해 대출금을 갚도록 했다. ◆ 2금융권, 통신.건설업계 비상 조기경보 대상기업은 2금융권과 후발통신업체, 정보통신.벤처기업, 건설업종에 집중되는 추세다. 조흥은행과 국민은행은 신용카드 캐피털 상호저축은행 종금사 등 제2금융권 업체들에 대한 여신한도를 축소한데 이어 후발통신업체들에 대한 여신도 동결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이나 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는 건설업종도 조기경보 대상으로 보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