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진원지인 경북 포항에서는 타결됐으나 물류 대동맥인 부산과 광양항에서는 수.출입화물 반출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경고성 파업에 의해 부산항 반출입 컨테이너의 절반이 수송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전면파업 내지 항만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가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지만 마땅한 협상주체마저 없어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항만물류 차질 =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와 경부고속도로 양산인터체인지와 주요 국도에서 경고성 파업을 벌이면서 컨테이너 차량 통행을 방해한 결과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반출입 물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산해양수산청 집계결과 9일 오전 8시부터 10일 오전 8시까지 24시간동안 부산항 부산항 8개 부두에서 반출입된 컨테이너는 20피트기준 1만3천800여개로 평소의 54.8%에 그쳤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량의 20%를 처리하는 신선대부두의 경우 평소 20피트 4천800여개가 반출입했으나 49%나 줄었고 자성대부두는 2천520개에 그쳐 평소의 56%에 머물렀다. 전남 광양항에서도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컨테이너 반출입이 오후부터 전면 중단되다시피 해 수출입화물 수송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10일에도 3일째 경고성 파업을 계속하고 있어 수출입화물 수송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태해결 난망 =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트레일러는 8천여대에 이르며 이 가운데 87%정도가 지입차다. 컨테이너 수송은 운송회사와 하주의 계약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화물연대와 협상에 나설 마땅한 주체가 없는 실정이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수송을 주로 담당하는 세방, KCC 등 9개 대형사는 최근 화물연대에 협상을 제의했으나 화물연대는 대형하주 및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국의 수만명의 하주와 일일이 협상을 할 수도 없는 상태여서 전경련이나 무역협회 등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한 협상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부산해양청 관계자는 말했다. ▲대형 하주 압박 = 이에 따라 화물연대는 대형 하주를 상대로 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삼성전자에 대해 운임인상과 대금결제방식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원만한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삼성계열 전 사업장의 수출화물에 대한 차량배차를 거부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인지부는 공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지난 92년 책정된 컨테이너 운임을 단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았고 이마저 30% 할인된 가격에 배차, 수원∼부산항 구간의 직송운임이 컨테이너 40피트 기준으로 23만원에 불과하다며 요금을 적정한 선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인지부는 삼성측에서 오는 12일까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수원소재 삼성전자, 삼성SDI와 구미.광주공장 등 삼성계열 전 사업장에 차량배차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항만은 물류대란의 화약고 =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80%, 광양항은 10%가량을 담당하고 있어 이 2곳 항만의 수송차질은 곧바로 국내산업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수송차질이 며칠간 더 지속될 경우 수출화물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국내기업의 해외 신뢰도 저하는 물론 외국선사들의 부산.광양항 이탈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들은 "현재 환적가능여부를 묻는 외국 하주 및 선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수송차질이 장기화되면 상당수 외국선사가 중국이나 일본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일단 11일까지 경고성 파업을 계속할 방침"이라며 "운송업체와 정부에서 운송료 인상 등 화물연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3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역도 진통 =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당진지부와 운송업체들이 운송비 인상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당진 화물연대와 12개 운송업체는 9일 오후 7시께부터 당진 환영철강과 한보철강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10일 오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화물연대측은 당초 요구안보다 10%포인트 높은 운송비 40%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운송업체와 한보철강.환영철강 등은 화물연대 포항지부의 타협 수준인 15% 안팎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10일부터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보.환영철강의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경남지부도 운송업체인 세화통운과 운송비 인상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화물연대와 운송업체는 9일 오후 4시부터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화물운송비 인상폭이 상당히 좁혀졌음에도 불구,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당초 요구안인 30%에서 18.5%로, 세화통운측은 당초 제시안인 10%에서 14.5%를 각각 마지노선으로 정한 채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편 경남지부의 파업 여파로 인해 한국철강 창원공장이 9일째 원자재 반입이 이뤄지지 않아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철강은 10일 오전 전체 7개 공장 가운데 파이프를 만드는 조관라인을 제외한 제강.압연.도금.단조공장 등 모든 공정의 가동이 멈췄다. 특히 지난 7일 120t급 전기로가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남은 20t급 전기로마저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한국철강측은 "남은 고철 원자재가 바닥나 더 이상 공장가동이 불가능해 공정을 멈췄다"며 "자재 반입이 계속 중단되면 피해는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사측과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여 상당부분 입장차이를 좁혔으며 10일 오전 8시30분부터 막바지 협상을 재개해 담판짓기로 해 잠정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