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입 화물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만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당장 초비상 상황에 빠졌다. 국내 최대의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수원공장에서 하루 평균 1백50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의 각종 전자제품을 부산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광주공장은 광양 등지로 분산하고 있으나 수출차질에 따른 금전적 피해는 물론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인천항 등으로 컨테이너 물량을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수출입 물류가 완전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입 업무 올스톱 7천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운행거부는 지금까지의 철강업체 물류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산업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철강재의 운송마비는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제조업체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이미 일정물량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마비는 이들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수출이 사실상 스톱된다는 의미다. 수출차질에 따라 각 업체들의 납기지연에 따른 금전적 피해와 함께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생산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화물연대 경인지부가 삼성전자에 대해 차량 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오면서 자재 및 제품 수송에 초비상이 걸렸었다"며 "부산항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하루에만 2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전남광주지부의 파업으로 7,8일 이틀동안 제품을 실어내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대체 수송항 확보에 심각한 애로를 겪었다. 창원의 LG전자 가전공장 역시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부산항에서 선적이 불가능해질 경우 최대 수출시장인 북중미 시장이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철강대란 정상화까지도 1주일은 걸릴 듯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한 철강대란이 진정되더라도 수출입 물류가 마비될 경우 제조업체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된다. 철강 등 기초원자재의 공급이 정상화되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고가 바닥난 수요업체들의 피해는 지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경우 출하가 중단돼 9일 현재 회사내 쌓인 재고가 28만3천t에 달한다. 이는 최근 이틀동안 정문봉쇄가 해제되면서 빼낸 2만t의 제품을 제외한 것이다. 파업 전 포항제철소의 하루 평균 출하량이 2만3천t인 점을 감안하면 1주일 이상 8백70대의 계약 화물차량을 풀 가동해야 적정재고수준(5일치 출하량)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틀간의 출하는 포항철강공단내 1차 가공업체에만 집중돼 수요업체의 '갈증'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진해에 위치한 신아조선의 경우 9일까지 조업중단이 계속됐으며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도 조업차질이 이어졌다. 이심기·장경영(포항)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