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컴퓨터가 회사명을 '델(Dell Inc)'로 바꾼다고 한다. 개인용컴퓨터(PC)업체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서버 스토리지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바뀐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델컴퓨터는 '인터넷이 만든 신화적 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인터넷비즈니스의 최고 텍스트로 꼽힌다. 84년 텍사스주립대생이던 마이클 델이 전화로 조립PC를 팔면서 설립한 뒤 96년 '인터넷을 통한 직접판매(Be Direct!)'라는 혁신적 방식을 도입, 몇 년만에 세계 최고 PC업체가 된 까닭이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만 3백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델 회장은 8천2백만달러를 벌어 미국내 소득랭킹 3위를 차지했다. 델의 이같은 초고속 성장은 중간 유통단계 없이 원매자와 곧바로 거래하는 인터넷 직판체제를 통한 '고객과의 밀착 경영'및 '1대1 마케팅'의 결과다. 실제 델컴퓨터사엔 대리점이 없다. 델컴퓨터를 사려면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면 된다. 원하는 모델이나 가격대를 입력하면 적당한 제품은 물론 부품을 바꿨을 때의 값이나 예산에 맞는 다른 제품도 추천한다. 웹사이트를 2백번 이상 바꾸면서 만들어낸 이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욕구에 최대한 부응하는 동시에 시장동향을 빨리 파악한 것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인터넷판매 초기 개인보다 기업을 겨냥한 것도 급발전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엔 전산실이 있어 애프터서비스해줄 일이 적고 부서별로 원하는 사양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여러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구매액이 5백만달러 이상이면 재고 현황,구매제품 사양 등 거래내역을 담은 별도페이지를 제공하는 등 철저하게 차별화된 마케팅을 꾀하고, 표준형 부품으로 비용을 줄인 것도 경쟁기업을 제친 배경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낮은 델컴퓨터에서 최근 한국지사장을 새로 임명했다. 회사명을 바꾼 이후 델의 행보는 물론,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실물을 봐야 사는 한국시장에서 인터넷을 통한 고객맞춤서비스라는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 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