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전 공정위원장에 이어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이 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엄정한 법 집행에 앞장서야 할 이들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니, 땅에 떨어진 정부당국의 신뢰성을 앞으로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이 공정한 시장질서 유지 또는 금융기업의 투명경영을 감독하는 이른바 '힘센' 부처의 책임자로서, 일선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돈을 받았다는 것도 잘못이지만 정황을 되새겨 보면 혐의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나머지 천문학적인 금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던 그 시절,다른 사람도 아닌 금융감독기관의 최고위층이 퇴출대상인 부실 금융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고서 무슨 염치로 대가성이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이남기 전 공정위원장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기습적인 KT지분 인수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통신업계가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칼자루를 쥔 현직 공정위원장의 청탁을 당시에 조사를 받고 있던 SK텔레콤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이들에게만 돌리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국가부패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된 근본원인은,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을 규제하고 정책을 강요하는 왜곡된 현실 탓도 크다고 봐야 옳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 입장에선 비현실적인 시장규제와 엄청나게 높은 세율을 어떻게든 피해가고 싶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고위 공직자들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경우 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에 응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분명하다. 사직당국은 재발방지를 위해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일벌백계해 마땅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관(官)의 자의적인 시장개입을 사실상 제한 없이 용인하고 있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인 애매한 제도들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나친 행정규제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부패청산은 요원한 일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