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리고개 배후령(6백m) 정상에 섰다. 배후령은 춘천과 양구를 가르는 마루금이다. 파월장병 제10제대.35년전 일이 생각난다. 꼬불꼬불 먼지가 날리던 고갯길은 험하고,정비도 되지 않았던 길이었다. 그런 고개에 이제 넓은 주차장이 들어서고 38선 비석이 서 있고,46번 도로는 간선도로가 되어 있다. 우리의 발전상이다. TV화면속 다산부대.이라크로 떠나는 장병들의 늠름하고 자신에 찬 모습이 나온다. 여군 소령과 귀여운 아들의 뽀뽀 장면이 지난 날 춘천역 플랫폼에 홀로 떨어져 손을 흔들고 서 있던 아내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국산 군수품으로 무장하고 떠나는 파병장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파월 당시를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리 김치통조림은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가. 미군 PX를 둘러보면서 선풍기 카메라 보온병에 호기심을 가지던 그런 시절이 아니었던가. 파월교육중 배웠던 마오쩌뚱 16자전법(敵進我退,敵止我搖,敵疲我打(攻),聲東擊西),칭기즈칸의 전략전술(突然襲擊,速戰速決,以戰養戰,以敵征敵)을 경영일선에 많이 애용했다. "인민(人民)은 물이요,게릴라는 물고기다." 한국군은 "물과 물고기를 분리해야 된다"는 전략을 쓰지 않았던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기업인들은 군작전요무령까지도 다시 꼼꼼히 읽으며 전쟁 경험을 기업에 접목하려 노력했다. 얼마전 미국 육군 전 참모총장 고든 R 설리번 장군의 '장군의 경영학'을 흥미롭게 읽었다. 인류 역사상 최강의 조직 미 육군,90년대 조직개혁과 축적된 경영 노하우로 21세기 신속군을 창설하여 군에 정보혁명을 일으켰다. 이라크전은 '전자적 전격전'이다. 지도부를 직접 공격하여 전쟁수행 잠재력의 신경을 끊은 전국적 마비전술이다. 옛날 동양의 전쟁은 적장을 제거하는 전술이었다. 반면 서양의 십자군전쟁에서는 적의 병력을 무찔러 전투력을 약화시키고,왕의 항복을 유도하는 전술이었다. 동세서점(東勢西漸)이라 이제는 손자병법을 서양에서 쓰는 것 아닌가. 미국을 21세기판 몽골제국이라 부른 아랍학자도 있지만 미국의 우주전력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운영은 정보작전과 함께 고도의 심리전법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도 했다.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전술을 익히는 것이 월남파병 경험 이상의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