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탓인지 침체에 빠진 국내 음반시장에서 팝페라 음반만은 큰 인기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맑고 고운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른 소년 테너 임형주가 내놓은 독집앨범 '샐리 가든'이 클래식분야에서 15주째 정상을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섯 옥타브를 넘나들며 오색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조관우의 '임프레션'도 팬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팝(pop)과 오페라(opera)의 합성어인 팝페라(popera)는 1997년 워싱턴 포스트지가 처음 사용하면서 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됐다. '대중화된 오페라'인 셈인데,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기 때문에 팝페라가수의 노래는 가볍고 부담이 없어 듣기에 편안한게 가장 큰 강점이다. 팝페라 가수중에서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이 영역을 본격 개척한 가수로 꼽힌다. 그는 맹인이어서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크로스오버의 길로 접어들면서 오페라 아리아를 칸초네 창법이나 발라드풍으로 노래한 것이다. 전통적인 클래식 가수와 차별화되면서 서정적인 가수로 독보적인 자리를 굳혔다. 보첼리가 뮤지컬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듀엣으로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는 세계적으로 1천만장 이상이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페라 아리아를 유행가처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서인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지, 필리바 지오다노, 엠마 샤플린, 마시모 푸치니 등 대형 팝페라 가수들의 음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린다.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팝페라 형식의 노래를 종종 시도할 정도로 팝페라는 음반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팝페라는 1980년대부터 불어닥친 크로스오버 붐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난 형태이지만,클래식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노래한다는 점이 대중에게 크게 부각됐던 것 같다. 성악가의 외도니, 장삿속이니 하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듣고 즐길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국적없고 의미없는 노래에 식상해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팝페라를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