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amkyung.co.kr 어쩌면 단비라기보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봄비 내리던 날. 어느 여성 기업인의 전화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왔다. 나는 순간,전화 저편으로부터 왠지 모를 초조함과 외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우리는 지금 온통 복잡하고도 힘든 일들 속에 묻혀 살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 변화에 따른 갈등,역사책에서나 보던 전쟁,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사스'.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오랜 기간 침체돼 있는 경제가 아닐까. 우리 기업인들이 느끼는 경제의 어려움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는 이야기를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전화를 받고 그녀와 함께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조직관리의 어려움에서 금융의 어려움까지 하나씩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사이에는 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족함이 많은 나에게 기업의 선배라고 달려와 부끄럼 없이 그러나 조심조심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그 어떤 책임감도 느껴졌다. 그녀의 어려움이 곧 지난날 나의 어려움이었기에 함께 흥분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간 나의 실패와 성공 사례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하며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그녀에게 그 어느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으니 지혜롭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렇게 지쳐 있을 시간이 없으니 그간 거래했던 은행부터 찾아 뛰어다닐 것을 호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 날 저녁 그녀는 문자 메시지를 몇 번 계속 보내왔다. 하나 둘씩 해결되고 있으며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로서는 그저 생활의 일부분이었는데…. 그렇다. 지쳐 있는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가슴 한 쪽에서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이 시간 어려움에 지쳐 있는 이들이여! 왜 주저앉아 있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갖고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좀 더 멀리,좀 더 높이 힘차게 아주 힘차게 뛰어보라. 고민이 하나 둘 풀릴 것이다. 이미 남보다 더 멀리 높이 가 있는 이들이여! 낮은 곳에서 열심히 뛰는 이들에게 손 내밀어 잡아주는 여유를 가져 보라. 어렵고 힘겨운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크게 느낄 것이다. 우리 모두 더불어 함께 살아 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