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들의 구직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에 등록한 전체 취업 희망자는 1년 전보다 16% 증가했지만 주부는 2배인 32%나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40대 주부는 경기악화 탓인지 6배나 많아졌다는 발표다. 이런 통계가 아니라도 요즘 집안일만 하는 전업주부는 많지 않다. 초·중·고교 교사에 따르면 학부모중 전업주부가 절반도 안된다고 할 정도다. 최근 이사하며 만난 부동산소개업소 이삿짐센터 아파트분양사무소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 주부였다. 남편 혼자 벌어선 아이들 사교육비는커녕 생활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도리가 없다고 한다. 주부 취업은 그러나 쉽지 않다. 전문지식이나 직장생활 경력이 없는 사람은 물론 있다 해도 결혼이나 육아 때문에 그만 뒀다 다시 나오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 아니면 임시직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자리가 대부분이고 업종도 판매ㆍ배달직 같은 단순직이 많다. 그러다 보면 큰맘 먹고 시작했다 얼마 못가 포기하는 수도 많다. 힘든데다 살림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주위에 20년 이상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아들 둘을 잘 키운 아주머니가 계시거니와 얼마전 "이젠 좀 쉬겠다"며 인사한 지 며칠 안돼 다시 만났다. 새로 맡은 젊은 주부가 너무 힘겨워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계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떻든 기혼여성의 취업은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정년 또한 단축되는 상황에서 남편 수입에만 의존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9.1%에 불과해선 국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처럼 젊은 여성의 취업이 어렵거나 애써 취직했다가도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 사표 쓴 뒤 나이 들어 아무 훈련 없이 단순직에 뛰어드는 일이 반복되는 건 곤란하다. 주부가 일을 하려면 우선 육아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온식구가 식사 세탁 청소 등 가사를 분담해줘야 한다. 무슨 일이든 기왕 하기로 했으면 철저히 책임지고 한다는 프로의식을 지녀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