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onung@seoulauction.com > 경매회사에서 일하는 재미 중의 하나로 가짜 미술품을 접하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고조선시대의 다뉴세문경에서부터 백제불상, 고려청자, 조선시대의 백자, 삼원삼재(三園三齋), 근.현대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가짜 미술품은 실로 전 시대를 아우른다. 또 우리 나라에 웬 피카소 작품이 그리도 많은지,영어 일어 불어로 된 그럴듯한 감정서에 철인까지 찍혀 있는 것을 보면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가짜는 대개 웬만한 사람이 보아도 '나는 가짜요'하고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나 때로 전문가조차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한 가짜도 있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세상을 들썩거리게 하는 가짜중 작품의 원래 작가조차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고 세계적인 미술관이 위작을 명화로 내걸었다가 어느 날 가짜를 만든 사람이 자백을 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본다. 가짜는 탐욕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다른 탐욕에 의해 유통된다. 가짜에 눈을 멀게 하는 것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의 허욕이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몇년 전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국제전 수상경력도 화려하고 꽤나 이름이 알려진 화가로부터 저명한 K화백의 그림을 구입한 적이 있다. 당시 K화백의 작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데다 시가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혹해서 덥석 사버린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찬찬히 뜯어보니 마음에 와 닿는 '울림'이 전혀 없었다. K화백의 도록을 뒤져보니 사인도 어설프기 그지 없었다. 밤새 고민하다가 다음 날 적당한 사정을 둘러대고 어렵게 작품을 되물렸는데 며칠 후 신문 사회면에 초췌한 표정에 수갑을 찬 그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L모 회장도 가짜로 손해를 본 사람이다. 그는 무려 80여억원의 거금을 들여 고 미술품을 사들였는데 상당 부분이 가짜 내지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뢰를 받아 몇몇 쓸만한 것들을 골라 경매를 통해 처분해 드렸는데 손에 쥔 돈은 고작 2억~3억원에 불과했다. 고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나 안목이 없는 걸 보면 그 분을 움직인 건 열정이 아니라 탐욕이었으리라. 가짜를 사서 낭패를 보는 건 마음속에 일확천금을 획책하는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는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꾸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