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은행장 대폭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경영실적마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행장들은 물론 잘 나가던 은행장들까지도 밑도끝도 없이 떠도는 행장 교체설에 좌불안석이다. 한국의 대표적 '스타 CEO(최고경영자)'로 각광받던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작년 대선 직후부터 조기퇴진론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 기간중 여권의 한 인사가 김 행장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야박하게 잘랐던게 화근이 됐다는 설(說)이다. 게다가 김 행장이 "정부 지분을 빨리 팔아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 관료들의 미움을 샀던 점도 퇴진설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지난 1.4분기 은행 순익이 7백3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경영실적도 나빠져 조기퇴진론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이덕훈 우리은행장, 홍석주 조흥은행장,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시중 은행장들도 잦아들지 않는 '물갈이'설에 불안한 처지다. 우리은행 이 행장은 잦은 금융사고가,외환 이 행장은 "취임후 은행 경영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게 이유다. 조흥 홍 행장은 정부의 지분매각 추진에 반대한 '괘씸죄'로 매각문제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교체될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이중 이덕훈 행장은 그나마 지난 1분기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익을 내 다소 형편이 나은 편이다. 반면 이강원 행장은 하이닉스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로 적자까지 내 더욱 곤혹스런 처지다. 한때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뱅커다운 뱅커'라는 평을 들었던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작년말 서울은행을 인수하며 딸려온 SK글로벌로 인해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은행 안팎에서 흔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김 행장을 흔드는 세력들은 특히 서울은행 인수 때 풋백옵션(사후손실보장)을 포기한데 대한 책임론을 들먹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계의 이같은 정황에 대해 은행장을 지냈던 금융계 원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은행장들을 흔들어대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하며 "어느 한 두 은행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인 만큼 당분간 각 행장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