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이달 들어 부도업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중국 및 동남아 업체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출대금 결제가 지연돼 대규모 연쇄부도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2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전국 부도업체 수는 4백36개사로 SK글로벌 사태가 터졌던 3월 한 달간의 3백96개사보다 10.1%(40개사)나 늘었다. 이 추세라면 이달중 부도업체 수는 5백개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 부도율(액수 기준)도 15개월 만의 최고치였던 지난 3월의 0.14%에서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 부도가 이처럼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은 시중에 유동성(돈)은 많지만 이 돈이 기업 자금으로 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중순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위기가 불거진 이후 34조원의 자금이 투신사에서 빠져 나가 채권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실제 신용등급이 A인 우량 기업들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투신사에서 빠져 나온 돈이 흘러간 은행들도 최근 연체율 증가 탓에 기업대출 문턱을 한껏 높여 놓은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기업대출은 극히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