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송두환특별검사팀의 대북송금 수사 초점이 내주부터 자신들에게 맞춰질 것으로 보고 수사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팀은 산업은행 전.현직 고위간부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내주부터 현대상선 대출 실무자 등 현대그룹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북송금 경위에 대한 증거 수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7일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국내와 해외 근무자를 구분하지 않고 특검팀이 수사협조를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측은 반년이 넘게 대북송금설에 시달리면서 내성이 생겼지만 최근의 `3억 달러 추가송금설'과 같은 돌발 변수가 또다시 수사과정에서 터져 나오지 않을까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세계 해운경기 호황으로 영업이 호조를 보이고있지만 특검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수사가 진행돼 회사와 관련된 의혹들이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북송금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아산은 정회장과 김윤규 사장 등 경영진이 특검 수사로 발목이 잡혀 대북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북측이 지난 25일 '사스' 여파로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청해오는 등 대북 사업이 '올스톱' 위기에 처하면서 특검 수사보다는 오히려 사업 활성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게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아산은 특검 수사가 북한을 자극하게 되면 가뜩이나 곤경에 처한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특검의 수사 및 여론 향방을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송금설에 휩싸여 있지만 현대상선과는 달리 대북송금 정황이 아직 밝혀지지않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측도 긴장속에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있다. 현대건설은 대북송금과 관련, 정몽헌 회장과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당시의최고 경영층이 이미 회사를 떠나 내부적으로도 사실 확인이 어려운 만큼 자사가 특검 수사의 주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회사 경영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특검팀 수사가 점차 현대 계열사들을 겨냥할 움직임을 보이자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특히 이달들어 미국 상무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으로 D램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대북송금 문제로 회사 이름이거론되는게 적잖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