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A지점장은 다음달 중순 거래기업 사장과 잡아 놓은 주말골프 부킹이 걱정이다. 은행에서 갖고 있던 골프회원권 38개를 경비절감 차원에서 이달중 모두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요즘 부서운영비에서 지출하는 야식비를 줄이기 위해 야근 직원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점심시간에 사무실 불을 끄고 복사때 이면지를 쓰는 건 기본이다. 은행들이 'IMF(국제통화기금) 시대'에 동원했던 '구두쇠 작전'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올들어 1·4분기 순익이 작년 같은기간 대비 최고 90%까지 준데다 당분간 회복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은 최근 올 경비예산을 20∼30%씩 줄이기로 하고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도록 지시했다. SK글로벌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하나은행은 금년 예산중 3백억원의 경비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은행 본점과 영업본부 등에서 갖고 있는 골프회원권 38개를 이달중 모두 팔아 치우고 '골프 영업'을 자제키로 했다. 또 오는 6월로 예정했던 전직원 체육대회도 하반기로 연기했다. 업무추진비도 20%가량 줄여 직접 고객과 관련이 없는 지점 차원의 각종 행사는 모두 취소토록 했다. 또 점심시간 사무실 소등,외출때 PC 끄기,이면지 활용 등 자린고비 아이디어들을 직원들로부터 모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올해 광고선전비와 업무추진비 등 경상비를 10∼20% 줄이고 사업본부별 정례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일반사업비와 건물관리비 전산비 등 일부 공통비를 각각 20%와 10∼15%씩 절약키로 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심야에 각 지점의 옥외간판에도 불을 끄고 있다. 외환은행은 임직원들의 국제회의 등 행사성 해외 출장을 억제하고 차량 구입 계획도 철회했다. 또 직원들이 가까운 거리에 출장을 갈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하는 등 '코스트(cost)마인드 제고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일단 2분기 예산에서 일반사업비와 광고선전비를 각각 20%씩 줄이고 업무추진비를 본점은 10%,영업점은 5%씩 깎았다. 조흥은행은 25일부터 부행장 9명의 여비서를 없애는 등 가능한 모든 경비를 절감해 올 예산에서 3백5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년 경영전망이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보여 일단 지출 경비를 줄이는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은행은 지금 신IMF 시대"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