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과학문화재단(이사장 최영환)이 공동 주최하는 '세계 석학초청 포럼'이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한국경제신문의 '스트롱 코리아' 사업으로 기획돼 처음으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지난 9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클로드 코엔 타누지 박사(70)와 유럽 물리학회 마르시알 뒤클로아 회장(58)이 특별강연을 했다. 타누지 박사는 '과학자의 꿈을 키워라'라는 주제 강연에서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연구과정과 경험담을 소개했다. 뒤클로아 회장은 '프랑스의 과학교육'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프랑스의 과학 대중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강연장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3백여명이 참석해 열기로 그득했다. 행사장 현장에서 타누지 박사를 만나봤다. -----------------------------------------------------------------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주변의 특이한 현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합니다." 클로드 코엔 타누지 박사는 "호기심이 과학자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타누지 박사는 "호기심과 함께 장시간 동안 자연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며 새로운 개념이나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학을 잘 하는게 과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는 수학보다 관찰능력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음악 미술 등 예술을 접했을 때와 똑같은 기쁨을 준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자의 길을 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을 통해 겸손, 호기심, 비판력, 상대방을 존중하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구는 항상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매일 새로운 발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끈기가 필요하다"며 "음악가가 꾸준한 연습을 하듯이 과학자들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단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많은 기쁨을 느낀다"며 "연구와 교육은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현상을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과학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가족과 교사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타누지 박사는 "부모는 많은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돈 명예보다 배움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사의 경우에는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학습에서 진전을 보였을 때는 칭찬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누지 박사의 경우도 가족과 교사의 지원이 과학자의 길을 걷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20살때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1966년도 노벨물리학 수상자인 알프레드 카슬러 교수의 강의를 듣고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카슬러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유태인인 부모도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며 "특히 독학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은 아버지는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성서 탈무드경전뿐 아니라 정신분석학 철학 역사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던 아버지로부터 배움과 지식의 공유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쳤다는 것이다. 그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노벨상 수상이었다"며 "가족 동료들과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식에 참석했을 때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선 아이들의 관찰능력을 키워주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는 "유소년 과학교육을 장려해야 하며 신문 TV 등 언론매체들도 과학적인 발견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누구인가 ] 클로드 코엔 타누지 박사는 1933년 당시 프랑스 지배를 받고 있던 알제리 콩스탕틴에서 태어났다. 알제리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53년 파리로 유학가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그는 알프레드 카슬러라는 뛰어난 교수를 만나 물리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개인적으로는 수학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카슬러 교수의 강의에 매료돼 물리학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 스탠퍼드대의 스티븐 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월리엄 필립스와 함께 원자를 1마이크로 캘빈(절대영도인 섭씨 영하 2백73도의 1백만분의 1) 이내의 온도로 냉각시키는데 성공, 9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성과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이라는 새로운 물질상태를 만들어내고 원자레이저를 개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