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면 그 이름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영국의 저명한 행성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이 같이 산책을 하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윌리엄 골딩에게 물었다. "가이아(Gaia)가 좋을 듯하네.희랍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지."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는 가설,즉 '가이아 이론'은 이렇게 해서 이름 붙여졌고 러브록은 1978년에 펴낸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란 책에서 이 이론을 전개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유기체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인류가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생물체의 자기조정능력이 상실돼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지구상에서 자행되고 있는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현상 등과 관련해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인간 삶의 터전인 지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러브록이 활동하던 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그 이전까지 굴뚝 연기는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지구를 살리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지구의 날'행사를 처음 개최한 것도 70년이었다. 당시 게이로드 넬슨 미 상원의원이 주창하고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가 적극 나서 행사를 성공시켰다고 한다. 오늘은 33번째 맞는 지구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부터 매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중심이 돼 지구의 날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올해는 '늘 푸른 지구,함께 나누는 평화'를 주제로 환경과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세계 1백84개국에서도 무려 5억명이 참가해 지구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국가의 부(富)도 당장의 돈만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나라의 물 공기 토양 숲 경치 동식물 등에 오히려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각자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환경지킴이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때만이 오염으로 신음하는 지구를 구하고 우리의 생활 역시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