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첫해에는 늘 경제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전 정부가 풀지 못한 문제를 이어받거나 잠복됐던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데,전 정권이 남긴 문제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는 소위 '낀 경제'의 어려움을 겪는다. 더구나 대외 경제상황도 새 정부 첫해에는 대개 좋지 않다.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졌고,부실기업이 공적 자금을 몇십억원씩 로비자금화했던 것도 들통났다. 정부는 이러한 과거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동북아 허브,지방 균형,성장동력 창출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국민의 정부를 버티게 해주던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돌아선 지도 벌써 석달째다. 바그다드가 함락되며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조기에 끝나기는 했지만,그렇다고 국내외 경제가 당장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는 사스가 번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대미수출에 대해 무려 57.37%에 달하는 예비 상계관세 판정을 내려 우리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분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한·미 통상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년 후를 보자.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대로 하면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할 경우 내각 구성권 등 정권의 반이 야당에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선거 1개월 전쯤에 1인당 국민소득 등 2003년 경제성적표가 발표된다. 경상수지 흑자,실업률 하락 등도 중요하지만 5년만에 간신히 회복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유지 여부가 경제성적을 가름할 것이다. 만일 다시 1만달러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악재가 된다. 따라서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1만달러 유지가 어렵고,이 결과 내년 총선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펀더멘털론이라든지,거시경제정책으로는 별 약효가 없을 것 같다. 즉 실물경제를 잘 챙겨야 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만들고,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이 더욱 잘 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기업이익이 근로자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건전한 소비가 되도록 가닥을 잡아나가야 된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안감과 경계심으로 주눅들고 위축된 기업인들을 다독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 특히 최근 노사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상실감을 어떤 형태로든지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 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가 되려면 제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제조업 현장에 활력이 일어나게 하는 일을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챙겼으면 한다. 공장을 방문하여 면장갑 끼고 제품을 만져보면서 경영자 엔지니어 근로자와 대화하고,애로사항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 수출진흥회의라든지 제조업경쟁력강화회의 등을 주재,얽힌 매듭을 풀어주는 모습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수출 실적도 점검하고 외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규제 문제 등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면,기업인들의 마음은 열리게 될 것이다.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 대화한다고 기업의 투명성 개선노력이 차질을 빚게 되거나 경제개혁이 지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발적 참여의 동기가 될 것이다. 위축된 경기의 불을 지펴주고,제조업현장을 활기차게 하면서,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인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예컨대 부채비율 1백% 이하가 되면 출자총액제한의 예외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으면 실천해야 한다. 이익이 났을 때 빚 갚아서 부채비율 낮추는 데 노력해 온 기업들을 맥 빠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나라보다도 심리적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다. 현재의 경제난을 기업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풀어보았으면 한다. hecho@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