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예술작품의 원천이다.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도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투란도트의 원전은 '천일야화'중 '칼라프왕자와 중국공주 이야기'. 공주와 나라를 잃고 떠도는 왕자,그를 연모하는 시녀를 통해 '사랑의 힘'을 다룬 가극(歌劇)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투란도트는 청혼자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 못맞히면 사형에 처하는 얼음공주.망국의 왕자 칼라프는 문제를 풀었는데도 공주가 받아들이지 않자 밤 사이 자기 이름을 알아내면 기꺼이 죽겠노라 한다. 시녀 류는 죽음으로 왕자를 보호하고 이에 감동한 공주가 마음을 연다는 내용이다. 퀴즈는 '어두운 밤 무지개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모두가 갈망하는 것,밤마다 새로 태어나고 아침이면 죽는다'(희망),'불꽃을 닮았지만 불꽃은 아니고,생명을 잃으면 차갑게 식고,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색은 석양처럼 붉다'(피),'그대에게 불을 주고 얼게 만든다.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인정하면 그대는 왕이 된다'(투란도트)는 것이다. 오페라는 푸치니가 끝부분인 3막 일부를 남겨둔 채 숨지자 제자인 알파노가 완성했다. 화려한 무대와 빼어난 아리아들로 유명한데 특히 왕자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이루고'는 아리아의 백미로 꼽힌다. 90년 7월 로마에서 열린 '3테너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파바로티가 부른 것도 이 노래였다. '투란도트'가 24∼27일 예술의전당과 5월 8∼11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야외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이다. 예술의전당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72년 초연 이후 31년만에 꾸미는 것으로 총력을 기울였고,상암동 공연은 한전아츠풀 등이 제작비 50억원을 들여 기획한 '2002 한ㆍ일 월드컵 1주년 기념' 행사로 '영웅'의 장이머우감독이 연출을 맡아 특유의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주리라 한다. 이 봄, 투란도트의 감미로운 선율과 더불어 극중 시녀 류의 말로 대변되는 메시지가 이땅 곳곳에 널리 퍼졌으면 싶다. "공주님,부디 제 말을 들어주세요.사랑은 법보다 강하고, 용서는 사랑보다 강합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