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 받던 카드산업이 이제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공모가격이 5만5천원이었으며 최초 상장일 거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섰던 엘지카드는 현재 주가가 2만2천여원에 거래되고,시가 총액은 지난해 12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민카드도 최고 5만원을 호가하던 주가가 1만4천여원으로 작년 말 대비 50% 이하로 떨어져 모회사인 국민은행으로의 흡수 논의가 일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대학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였던 카드사들이 이렇게 추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나 일반인들은 유동성 부족과 수지 악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SK글로벌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으며,카드채를 안고 있는 펀드에 대해 고객의 환매요구로 채권시장이 불안해졌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의 신용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하고,대손충당금이 높아지면서 수지상황에 압박을 가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1개월 이상 연체율이 평상시의 3.8% 수준에서 금년 1월 말 11% 이상으로 치솟았고,대손충당금도 3조5천억원으로 2조원 이상 순증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 아래 정부는 유동성 확보와 수지개선 방안을 1,2차에 걸쳐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카드산업발(發) 금융시장 위기가 제거되는 듯했고,이를 반영하듯 시장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과연 중장기적으로 카드산업의 건전화를 담보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먼저 카드산업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살펴 보자.우리의 카드산업은 근본적으로 두가지 유전자적인 문제를 안고 시작됐다. 그 하나는 자산운용과 자금 조달의 미스매치(Mismatch)에 있고, 다른 하나는 상품구성의 오류에 있다. 첫째,미스매치의 문제는 이렇다. 우리의 신용카드제도는 실상은 신용이 아니라 차지(Charge) 또는 구매카드로서,구매한도라는 제도 속에서 당월의 이용액 전부를 익월에 상환하게 돼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신용노출(Exposure)은 단기이며 따라서 카드사도 단기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일정 수준의 신용노출이 장기적으로 상존한다. 이래서 자산과 조달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연체율의 증가는 곧바로 자금조달에 문제를 일으킨다. 둘째,상품구성의 오류는 앞서 이야기한 차지카드(Charge Card)에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나 지불 행태를 보면 소비자들은 신용을 선호하고,따라서 차지카드를 그야말로 신용카드로 잘못 알고 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연체율은 신용카드에 비해 높게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카드시스템을 차지카드에서 회전 대출제도가 부여되는 신용카드(Credit Card)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차지 한도 및 신용의 한도는 상환능력에 맞게 재조정하고,상환계획은 채무자의 캐시 플로(Cash Flow)에 맞게 신용 공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로 카드사는 주 수입원이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금융회사로 그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즉 대출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매입이나 기타의 부대사업은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로 카드사가 더 이상 재벌이나 대기업의 자금 조달창구나 내부자 거래의 통로가 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소유구조를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 즉 재벌이나 대기업은 카드사 소유나 지배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AT & T가 카드 자회사를 시티그룹에 매각한 사례를 참고할 일이다. 넷째로 소비자 지불수단을 다양화함으로써 지금과 같이 신용과 지불이 혼동되기보다는 신용은 신용카드로 단순 구매는 현금카드나 직불카드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업자의 지불분야 침투도 견제함으로써 지불시장의 질서를 회복시켜야 한다. 미국 경제가 불경기인데도 시티은행 등 미국 은행들은 카드사업부문에서 나오는 수익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사례처럼 카드산업이 수익성을 회복해 '물(?)좋은 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kbkim@mond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