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공자에 따르면 '사람은 덕(德) 이상으로 미(美)를 존경한다'고도 한다. 수천년 전 고대 중국과 이집트 여성들이 눈썹은 물론 입술과 볼,심지어 손톱까지 색칠한 것만 봐도 눈에 띄는 외모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원초적이고 강렬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예전의 화장품은 얼굴을 뽀얗게 만들기 위한 분과 연지 등이 주를 이뤘지만 근세에 들어 자연스런 얼굴이 강조되면서 피부를 가꾸기 위한 기초화장품이 생겨났다. 그러다 눈 코 입을 강조하는 입체 화장법이 등장하면서 아이섀도 립스틱 마스카라 등 수많은 색조화장품이 만들어지고,근래엔 주름 방지와 미백용 등 기능성화장품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머리와 손톱 손질용품, 향수를 더하면 화장품의 종류와 가지수는 셀 수조차 없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는 소식이다. 시민환경연구소가 향수 헤어스프레이 무스 매니큐어 모발염색제 등 5종 24개(외국계 10,국내 14)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한 가지 이상의 프탈레이트가 나왔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는 종류에 따라 불임과 유산,정자수 감소 등 인간의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암을 유발할 지도 모른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화장품 성분의 유해성 여부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논란거리다. 2001년엔 소태반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에 대한 광우병 발생 우려가 제기됐고,지난해 11월엔 스웨덴에서 향수속 프탈레이트의 환경호르몬 가능성,올 연초엔 일본에서 미백화장품이나 피부과 연고에 널리 사용돼온 '코직산'의 간암 유발 가능성이 보고됐다. 이처럼 문제가 된 성분 외에도 미백과 각질제거용으로 쓰이는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의 경우 함유량이 많거나 오래 사용하면 피부가 빨갛게 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노화방지 성분인 레티놀도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당장 화장품을 안쓰기는 어렵다고 해도 너무 일찍부터 화장미인이 되려 하거나, 향수나 모발제품을 남용하거나,기능성화장품의 성능을 맹신하진 말 일이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