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이 아파트 안전에 이상이 없어도 경제적 이득 또는 주거편의 증진을 위해 재건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비록 허울뿐인 안전진단을 남발하긴 했지만 지금까진 적어도 건물안전에 이상이 있는 아파트에 한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원칙 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는데, 이제 이마저 팽개치고 노골적으로 투기판을 벌이겠다고 나선 셈이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지역 아파트에 재건축 붐이 불어, 간신히 잠잠해진 부동산투기가 다시 극성을 부릴게 불을 보듯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고덕아파트 단지의 아파트 값이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자 관계당국이 투기단속에 나서기로 한 터라 더욱 그렇다. 투기로 인한 집값 상승 외에도 자원낭비, 교통난과 전세난 가중, 건축폐기물 대량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무분별한 재건축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된다. 서울시는 최근에 재건축대상 아파트 건축연한을 현행 20년 이상에서 최고 40년으로 늘리고,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없다며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불허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전진단 평가단을 구청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위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초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반발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도 강남구는 새로운 재건축 방침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는데 결과는 보나마나다. 재건축 억제에 미온적이긴 건교부도 마찬가지다. 재건축대상 건축연한을 40년으로 늘리는 조항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에 명시해 달라는 서울시측 요구를 거절하고 지자체 조례로 규정하도록 한 것만 해도 그렇다. 건교부는 재건축 과열은 서울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현상인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칠 필요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강남이 부동산투기의 진원지인 현실을 감안하면 주택건설업계를 의식한 궁색한 변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지비용이 많이 들거나 주거에 불편하면 리모델링으로 충분하며, 재건축은 원래 취지대로 주민의 안전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마땅하다. 혹시라도 정부가 부동산경기 진작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꾀하려는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재건축억제 방침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용납돼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