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남겨둔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정부 산하 금융기관장 물갈이가 표면화됐다. 그동안 유임가능성이 점쳐졌던 정 총재는 정부의 종용에 따라 지난 12일자로 재정경제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 총재의 이번 사표제출은 국책은행장과 공기업 사장 인사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정부 산하 다른 금융기관장이나 정부가 대주주인 시중은행장들에 대한 물갈이인사로 이어질 것인지가 주목된다. 임기를 1년 앞둔 정 총재는 새정부 출범이후 중도하차냐 유임이냐를 놓고 한달여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결국 중도하차함으로써 임기와 무관하게 정부 산하 금융기관장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총재는 그동안 누차 "정부로부터 언질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사표를 제출할것"이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표제출에는 정부의 사퇴종용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총재는 새 정부 출범이후 교체설이 나올때마다 정부로부터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업무를 적극적으로 챙겨 금융계는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봐왔다. 정 총재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재경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게된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정부 산하 기관장 인사와 관련, "공공성과 효율성, 수익성 등의 공공기관별 특성에 맞춰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후보들간 공개경쟁을 거쳐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총재의 사표수리 및 후임 인선은 현재 '한국투자설명회' 참석차 영국과 미국을 방문중인 김진표 재경부총리가 귀국한 이후인 이번 주말께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후임 총재로는 유지창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유력하다. 산은 총재의 교체가 기정사실화함에따라 같은 국책은행장인 이영회 수출입은행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미 금융계에서는 2004년 4월19일 임기가 끝나는 수출입은행장의 후임으로 신동규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이영회 행장은 오는 7월말 5년 임기가 끝나는 신명호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의 후임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ADB 총재단에 포함돼있지않아 중국이 부총재 자리를 요구할 경우한국 몫은 없어질 가능성이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조흥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장의 물갈이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들 은행은 상장(등록)사인데다 이미 정기 주주총회가지난달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인사를단행할 경우 외국인주주나 은행 노조의 반발과 함께 '낙하산' 시비를 피하기 어렵기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