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jun@woorifg.com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 중에 "잉어는 탁한 물에서 잘 산다"는 말이 있었다. 사업이나 대인 관계에 있어 계산이 너무 분명한 것보다 신축성 있는 것이 낫다라는 의미였다. 더 나아가 돈벌이를 잘 하려면 너무 맑은 것보다 어느 정도 불투명한 것이 오히려 좋다는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다. 과연 오늘날 이 말이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얻을까. 20년 전 필자는 미국 5대호 중 가장 맑고 아름답다는 슈피리어 호수를 찾았던 적이 있다. 그 호수에는 당시 민물고기로는 가장 고급으로 치는 송어가 유명했는데 싱싱하고 맛이 좋기로 이름 나 있었다. 그 때 느낀 것은 '역시 맑고 깨끗한 물에서 좋은 생선이 나오는구나. 사람사는 세상도 투명한 제도와 환경이 품격 높은 사회를 가능케 하는구나'하는 것 이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경제로,또 고품격 사회로 성장하는데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첫째는 사회적 신뢰를 다지는 일이다. 미국의 동전에는 '하나님안에서 우리는 믿는다 (In God We Trust)'라는 글이 들어 있다. 신뢰는 건전한 경제활동의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분식회계가 불투명한 금융거래의 온상으로 경제 주체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마침내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들게 된다는 것은 최근 국내외 사태가 잘 설명하고 있다. 투명경영은 책임경영을 낳고 따라서 일등기업을 만드는 첩경이다. 둘째로는 사고와 행동의 합리성을 높여야 하겠다. 인간관계가 따뜻해야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문제를 과도한 온정주의나 정서법으로 풀어서는 곤란하다. 물이 더워서 죽는 고기는 많아도 차가워서 죽는 고기는 별로 없다고 한다. 기업 경쟁력이나 국가 경쟁력은 냉정한 시장의 평가를 통해 다져지며 법과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시장규율이 확립될 수 있다. 끝으로 '기업 경쟁력은 기업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가 고품격 사회로 발전하려면 국민 모두의 의식과 관행이 더 성숙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일인당 국민소득과 같은 경제지수보다 문화지수에서 더 크게 느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