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염공장 문을 닫으면서 '한 우물만 파자'고 다짐한 윤종현 사장은 백화점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판매가 영 시원찮았다. 윤 사장이 현장에 나가 보니 상품들이 판매대 뒤쪽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판매 사원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유명 상표가 아닌데 잘 팔리겠어요." 판매대 곁에서 하루 종일 판매 상황을 지켜본 그는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유명 브랜드가 붙은 물건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그는 신입 영업사원처럼 발로 뛰며 영업을 하나하나 익혀나갔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현장을 뛰어다녔고 인지도 있는 브랜드 유치에 총력을 쏟았다. 사실 윤 사장이 브랜드 가치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브랜드 사업'은 일본에 넥타이를 첫 수출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치기 넥타이를 수출하던 때 거래처였던 오타 쇼텐사의 오타 사장 소개로 그의 동생 다나카 에이코토사의 다나카 사장을 알게 됐는데 다나카 사장은 윤 사장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일깨워줬다. 그 때 들여온 브랜드가 '폴로 랄프로렌'이었다. 형인 오타 사장 역시 브랜드를 강조했다. 한 번은 '지방시'만 들여오면 장사가 잘 될거라고 일러줘 윤 사장은 전화국에 전화를 걸어 "지방시 전화번호가 몇 번이죠?"라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 '지방시'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수소문 끝에 삼성물산이 '지방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끈질기게 설득,라이선스 계약을 따냈다. 고학으로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끈기와 뚝심이 이 때도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다나카 사장이 브랜드 가치에 눈을 뜨게 만들어 줬다면,마쓰다사의 마쓰다 야스히로 사장은 브랜드의 상품화 전략과 흐름을 일깨워줬다. 마쓰다 사장은 윤 사장을 아들처럼 대해줬던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윤 사장과 아내 이석희 기획실장을 위해 한국에 직접 들를 정도였다. 윤 사장은 그와 함께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돌면서 넥타이 전문가들을 소개받은 것은 물론 '발렌티노 루디'등 고급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현재 지엠이 생산하고 있는 주요 브랜드인 아쿠아스큐텀도 마쓰다 사장이 추천한 것이다. 아쿠아스큐텀 브랜드는 우연한 계기로 도입됐다. 유럽 여행중 마쓰다 사장이 흘러가는 말로 "'아쿠아스큐텀을 잡아"라고 한 것을 흘려 듣지 않았던 것. 영국 왕실 브랜드 '아쿠아스큐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은 그는 귀국 후 아쿠아스큐텀의 한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케임브리지에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아쿠아스큐텀의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유럽 넥타이로서는 한국에 첫 진출하는 셈이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