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에선 한차례의 브리핑도 없었다. 홍보수석과 대변인,두명의 부대변인중 아무도 '브리핑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후 한달반,주중에 브리핑이 없기는 처음이다. 오전 11시,오후 3시의 일일 브리핑이 없으면 기자들에겐 공식적인 취재대상과 창구가 없어진다. 미국식 브리핑제를 도입한 결과다. 청와대는 애초부터 기자의 취재접근을 막고 있다. 청와대 담당 기자들은 인터넷을 뒤지거나,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안팎에서 이리저리 전화를 건다. 그러나 주요 취재원들은 대개 '회의중'이고,휴대전화도 꺼진 경우가 다반사다. 청와대는 이날 낸 몇건의 보도자료를 들어 "할 일을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만 베껴쓰는게 신문은 아니다. 언론사별로 나름대로 질문 또는 확인할 사항이 있다. 이런 와중에 기자는 우연찮게 한 부처의 고위공무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책의 진행상황 등에 모아졌고,그 공무원은 특정기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화도중 "이 관리가 기사를 악의적 비판으로 분류할 것인가,오보로 분류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청와대는 10일 이후 각 부처로부터 소관 기사에 대해 긍정,단순,건전 비판,악의적 비판,오보로 분류한 일일 보고서를 받고 있다. 이 고위관리도 보고를 위해 상황파악에 나선 것.청와대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국정 전반을 감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기사에 대한 일괄적인 성향보고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무원들은 기사에 더 신경쓸 것이다.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상황에서 각 부처가 오보와 악의적 비판 기사를 줄이려 애쓸 것이란 전망은 상식이다. 보고가 되면 월간,분기별,연간으로 부처별 오보 통계도 작성되고 원인분석까지 시도될 것이다. 이젠 당국자들은 아예 입을 다물 것 같다. '다치지 않기 위해'라는 보호본능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가 설 틈이 있겠는가. 때마침 청와대는 11일 "월간중앙 4월호 '노무현 인사파일'기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