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부처들이 노동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DJ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경제부처들은 재계입장과 경제상황을 고려해 노동정책에 태클(?)을 곧잘 걸 곤 했으나 참여정부 들어선 아예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노사이슈에 대해 경쟁력이 어쩌고 하면서 재계에 힘을 실어주던 예전 경제부처들의 당당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이로 인해 노동정책은 부처간 갈등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일쑤다. 3월 초 노동장관회의 때는 법무장관이 "가급적 공권력을 자제하겠다"고 말해 노동장관의 수고를 덜어줬다. 지난 정권까지 이런 '멘트'는 으레 노동장관의 몫이었고 법무장관은 '불법파업 엄중 대처'운운하며 파업세력에 압박을 가했었다. 지난달 19일 차관회의에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키로 했을 때도 경제부처들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반대편에 섰던 경제부처까지 '우군'으로 돌아서자 노동부 여기저기서 "요즘만 같아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부처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무엇보다 '코드'의 동조화 현상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코드가 다르다는 것은 곧 '퇴출'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처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기업이나 국가경제는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엊그제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이 민주당의 요구로 사실상 유보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일 고용허가제법안이 준비도 없이 국회를 통과해 갑자기 시행된다면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고용허가제와 관련,"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보고를 받은 후 "당이 융통성 있는 것 같다"며 경제계의 손을 들어줬다. 바로 이틀전 국무회의에서의 "시대적 가치를 위해 시행해야 한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노 대통령 자신이 강조해온 토론만 제대로 이뤄져 여러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말바꿈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 때는 개혁만 내세우지 말고 좀더 자유스럽고 폭넓은 의견을 수용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치러야 할 '개혁비용'이 너무 비싸질 수 있으니까.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