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광고에는 복잡한 규제조항이 많다. 술 광고를 자유화할 경우 지나치게 음주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맥주 광고는 밤 10시 이후 방영할 수 있다. 알콜 도수가 높은 소주나 양주는 TV 광고가 아예 금지돼 있다. 지면 광고로만 제품을 선전할 수 있도록 제한돼있다. 심의도 다른 광고보다 훨씬 까다롭다. OB맥주의 런칭광고를 제작한 웰콤의 김종원 차장은 "술 마시는 장면이 미화돼 표현되면 어김없이 규제의 철퇴가 내려진다"며 "제작단계부터 심의 통과 여부를 염두에 두고 광고를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OB맥주는 이번 광고에서도 어떻게 하면 심의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OB맥주는 런칭편에서 술마시는 장면을 아예 빼버리는 강수를 뒀다. 제작을 맡은 웰콤은 반년 이상 광고주를 설득했고 결국은 음료수 광고 같은 술 광고를 만들어 냈다. 김 차장은 "술마시는 장면이 없는 맥주 광고가 오히려 신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작품에 넣는 승부수를 띄웠다"고 말했다. 맥주광고에는 이처럼 늘 애환이 따라다닌다. 광고하는 제품을 잘 알아야 좋은 광고가 나오는 탓에 제작진은 맥주를 옆에 끼고 살아야 한다. 4년째 맥주 광고만 담당하고 있는 김 차장은 "공짜 술 많이 먹을 수 있어 좋겠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광고주문이 들어온 이후부터 모든 모임은 맥주로 시작해 맥주로 끝난다"는 그는 "맥주를 못 먹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