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68870]의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신약승인을 획득한 것은 `국내 1호 FDA 신약'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106년의 국내 제약사(史)에 큰 획을 긋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국가가 전세계적으로 10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G생명과학(당시 LG화학)이 팩티브의 연구개발에 처음 착수한 것은 지난 91년으로, 이번 FDA승인까지 꼬박 12년이 걸린 셈이다. 연구개발 주역으로는 홍창용 박사(신물질착상.합성), 남두현 박사(신물질합성.공정), 김인철 박사(개발후보선정.전임상개발), 추연성 박사(임상개발.제품허가) 등이 꼽힌다. 12년간의 연구가 순탄치는 않았다. 연구팀은 신약개발 추진 2년만에 연구팀 리더가 숨지고, 독성문제로 동물실험이 실패하면서 연구가 일시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연구 3년만에 신약 후보물질을 처음으로 발굴하는데 성공했으며, 95년 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97년에는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실시했다. 이후 회사측은 천문학적인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조기 상품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적 제약사인 GSK의 전신인 스미스클라인비참(SB)사와 제휴를 맺었다. 제휴 초기 SB사는 40여개 국가, 1천500개 병원, 9천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했으며, 드디어 99년 12월 SB사는 FDA에 `팩티브'라는 이름으로 신약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FDA가 승인신청 1년만인 2000년 12월 `신약승인 유보'를 결정하고, GSK도 2002년 4월 공동개발을 포기함에 따라 또 한차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때부터 LG생명과학은 독자적인 신약승인에 나섰으며, 지난해 4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약승인을 신청하고 같은 해 12월 승인을 받았다. 또한 2002년 10월에는 팩티브의 적응증(요로감염 등) 일부를 줄여 FDA에 신약승인을 재신청한 뒤 이번 성과를 거뒀다. 회사측은 GSK측에서 부담한 비용까지 합산하면 신약개발 전 과정에 3천억여원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했다. 연구진은 "이번 신약승인을 위해 새벽 1시가 넘어 퇴근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며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연구개발팀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퀴놀론계 항생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약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규모로 추정된다. LG생명과학은 앞으로 3~4년 후 팩티브가 시장의 10%(약 4억달러)를 점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회사측은 앞으로 세계시장 판매가 본격 시작되면 마케팅 제휴사(진소프트)로부터 판매수익금과 로열티 등으로 연간 800억원대의 순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83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에서도 약 200억원대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현재 추가로 신약 승인을 신청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등지에서 올해 안에 신약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돼 수익전망이 매우 밝다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