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항공인재 산실 '모스크바 국립항공大' ] 모스크바 공항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모스크바국립항공대(Moscow state Aviation Institute). 머리글자에서 따온 마이(MAI)공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곳은 3월초에도 강추위속에 온통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나톨리 보론 국제협력부장(54)을 만나 "마이공대가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취재목적을 설명하자 그는 대뜸 "보여줄게 있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대학본부 건물을 나서 눈길을 헤치며 10분쯤 걸어가자 낡은 공장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녹슨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대한 전투기들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이 전투기들은 모형이 아니었다. 바퀴가 고정된 상태로 날개와 엔진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아나톨리 빌레소브 교수(57)가 강의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입학한 1학년들은 움직이는 전투기 날개를 살펴가면서 빌레소브 교수의 말을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론 부장은 "마이공대는 처음부터 컴퓨터나 모형이 아닌 실제 비행기로 교육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이 건물에서만도 수호이기 미그기 야크기 등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등 9대가 강의에 활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비행기 사이에 있는 책상에서 빌레소브 교수가 내준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한 학생에게 "건물의 반대편 구석에서 나는 수직 이.착륙기의 엔진 소리가 방해되지 않느냐"고 묻자 "비행기 엔진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마이공대를 선택했다"며 "오히려 엔진 소리를 듣고 무슨 비행기인지를 알아내고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이공대는 전세계 항공대학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 83년 이미 교수와 학생이 함께 개발한 인공위성을 띄워 화제에 올랐었다. 89년엔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까지 한 2인승 경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 비행기는 농약살포 등 농업용이나 비행사를 위한 훈련비행기로 쓰이며 지금까지 2백50여대가 팔렸다. 마이공대 관계자는 "현재 마하 15(음속의 15배) 이상의 속도를 내는 엔진을 대학에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공대가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고급두뇌를 배출해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현장중시교육과 기초능력 강화, 엄격한 학사관리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학은 수학 물리 등 기초과목 강의에 힘을 쏟는다. 항공분야 엔지니어에 필요한 창의력 디자인능력 등 기초 능력을 길러주는데도 주력한다. 한 관계자는 "기초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는 연구소나 제작현장 등 어디에서도 통하며 설계 디자인 제작 등 어떤 업무를 맡겨도 된다"고 강조했다. 학사관리도 엄격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매학기가 끝나는 1월과 6월 시험을 치른다. 보통 5개 과목을 구술시험으로 치르기 때문에 시험을 모두 끝내는데 한달 정도가 걸린다. 2월과 7월엔 필요한 점수를 따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번까지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재시험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평균 15%의 학생이 유급된다. 이로 인해 5년6개월인 학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장을 받는 학생은 입학생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로호로브 이고리 교육담당 부총장(62)은 "졸업하는 학생의 90%는 항공 엔지니어로 국내외 기업이나 연구소로 진출하며 10%만이 3년과정인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항공 엔지니어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 모스크바(러시아)=장경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