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카드채 후속대책이 시장불안의 `불씨'를 제거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촉발된 투신권 환매사태가 외형적인 진정세 속에서도 `카드채'라는 복병을 만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3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신용카드사 유동성 지원책을 비롯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카드사 유동성 지원에 초점 정부는 이번 추가 대책에서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유한 카드채와 기업어음(CP)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은행들이 크레디트라인을 설정해 카드사에 만기 상환을 위한 긴급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신권이 매물로 내놓은 일부 카드채를 매입해주는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채권안정기금 조성이나 발행시장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CBO) 발행 등도 `히든 카드'로 거론될 수 있으나 당장 후속대책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70조원의 대우채 규모보다 큰 90조원가량 카드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채권안정기금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뒤 우선 시행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채 관련 자금흐름 악순환 정부가 카드채 추가대책에 나서는 것은 카드채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시장 일부의 자금경색과 왜곡된 시장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해 카드사들의 전체 채권 만기 도래액은 카드채 11조3천억원을 비롯해 기업어음(CP) 18조8천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1조5천억원, 은행 차입금 3조6천억원 등 모두 45조2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중 1분기 만기도래액은 19조7천억원, 2분기 10조3천억원 등이며 지난달말까지 카드사들은 카드채 발행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만기 상환한 자금만도 3조원을 넘어섰다.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이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투신사가 너나없이 만기 채권에 대한 차환이나 기간 연장을 해주기 않기 때문으로, 카드채를 매개로 한 자금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같은 만기 상환부담과 꺾이지 않는 연체율로 경영난을 겪고 있고 투신사들은 카드채 거래부진과 지속되고 있는 MMF(머니마켓펀드) 환매로 역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투신권 환매규모는 지난달 31일 7천억원에서 지난 1일에는 9천억원가량으로 다소 증가해 환매사태의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카드채 추가대책 효력 발휘할까 정부의 카드채 후속 대책이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의 RP매입이나 은행권의 긴급 자금지원이 이뤄질 경우 카드채 문제는 다시 한 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하지만 투신권에서는 아직도 `모럴 헤저드'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특단의 대책'을 거론하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권한욱 연구위원은 "카드사에 대한 만기연장 자금지원이 이뤄질 경우 카드채 거래가 제한적이나마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연체율 문제가 있어 활발하지는 않겠지만 지표금리가 워낙 낮아 일부 자금이 카드채나 CP 등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투신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은행권 자금지원은 채권시장에서 카드채 거래가 좀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량 카드사에 대한 선별적인 차환이나 만기연장 등이 가능해 자금 선순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투신권에서는 당장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카드채 유통이 시급하기때문에 채권안정기금이나 프라이머리CBO 등을 통한 직접적인 카드채 수급지원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