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같은 사후 제재는 많은 행정 부담과 비용이 발생하지만 위반 억제 효과는 작습니다. 따라서 예방활동에 주력해야 합니다." 지난 1일 '공정거래의 날'을 맞아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기념행사를 가진 김 용 한국공정거래협회 회장은 "공정거래 관련 법은 업계의 큰 관심사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계 스스로 공정거래법을 지킬 수 있도록 예방과 지원시스템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7월 제정된 공정거래자율준수규범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관심의 표명 △자율준수관리 조직의 구축 △자율준수교육 △자율준수 모니터링제 구축 등 7개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확산,1년8개월만에 66개 기업으로 늘었다. 이들의 공정거래법 위반도 현저히 줄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이 매년 50여건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천여건에 달합니다. 협회가 자율준수 프로그램 채택 기업을 확산시켜 위반 건수를 줄인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이나 기업결합 같은 굵직한 사안만 처리하면 되니까 기업과 정부의 부담이 동시에 줄어들게 됩니다." 김 회장은 이 제도의 확산과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CP도입 명령제,모범 운용업체에 대한 자체 감시·시정권한 부여,자율준수 담당자에 대한 인사·보수 등의 인센티브,자율준수 모범기업의 법 위반시 제재조치 경감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율준수 품질을 보증하는'CP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그는 "건전한 경쟁을 지향하는 CP제도 만큼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도 드물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자율준수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공정거래협회는 지난 94년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4단체와 삼성 현대 LG SK 대우 등 5대 기업 대표들이 주축이 돼 구성했다. 지금은 66개 기업이 회원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