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미국 상무부의 하이닉스에 대한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에 대해 경악하면서 한목소리로 판정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산업계는 이번 판정이 이라크전이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다른 업종까지 확산돼 본격적인 `통상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이 아니냐며 심각하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미국의 이번 결정은 사실적, 법적인 측면에서 부당하므로 최종 판정시 이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 재계회의, 대미 IR 등을 통해 이번 판정의 부당성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은 IMF 구제금융기간의 채권단 금융지원은 민간 채권단에 의한 지원이라는 면에서 정부나 공공기간의 개입이 아닌 국내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이며 미국도 9.11테러직후 자국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급한 예를 들어 이번 판정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작년 철강 세이프가드 발동에서 볼 수 있듯이 부시 행정부는 자국기업 및 산업보호를 위한 보호무역 기조가 확실해 보인다"면서 "그러나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지원을 정부의 보조금으로 보는 것과 57%의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은 상식선을 벗어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계관세율이 높아야 10% 정도였던 게 보통"이라며 "57% 이상의 상계관세 부과 판정은 업계와 전문가들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당사자인 하이닉스반도체[00660]는 자사에 대해 미 상무부가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를 내린데 대해 "매우 실망적이며 사실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하이닉스측은 "그동안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 예비판정에서 이에 대한 검토가 미진했던 것은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들의 하이닉스 죽이기 음모가 본격화 된 것"이라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상계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난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의 결정은 사실상의 기각조치"라며 태연한 표정을 보이면서도 이번 조치가 향후 반도체 시장에 미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이닉스에 대한 예상보다 높은 상계관세 부과는 미국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살리기 위한 보호조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보조금 문제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한 조선업계는 이번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판정이 수출입은행 금융과 구조조정 과정의 은행 출자전환 등 보조금 문제와 관련된 만큼 향후 WTO판정에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부실기업을 정리하거나 회생시키는 차원에서 들어간 은행 출자전환이나 공적자금까지 보조금으로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이번 판정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57%가 넘는 엄청난 상계관세 부과판정을 내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번 판정에는 순수한 무역 문제 외에 한.미간의 정치.사회적 문제까지 감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림 이사는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가격이 내수보다 높기 때문에 상계관세영향은 없으나 이번 판정이 정치.사회적 측면까지 고려된 것이라면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해서도 어떠한 압력을 가해올지 우려된다"며 "특히 한국의 높은 자동차 관련 세금이나 관세에 대한 문제제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