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을 더해주는 양념장은 20여년 전인 지난 81년 처음 등장했다. 맛손이란 업체가 "유명 고깃집의 비법을 담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양념장을 선보였다. 주부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만 해도 만들어진 양념을 쓴다는 것은 "요리에 자신이 없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지난해 고기양념장 시장 규모는 2백억여원(출고가 기준). 22년간의 성장으로 보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한때 외면받았던 조미식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업계는 이젠 주부들이 떳떳하게 양념장을 사용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양념장 시장은 대기업들이 키웠다. 지난 86년 제일제당(현재의 CJ)이 양념장을 내놓았고 이듬해 미원(대상)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91년에는 오뚜기가 가세했다. 이들이 현재의 '양념 트리오'다. 세 회사의 점유율이 99%에 달한다. 대기업들이 뛰어든 뒤에도 양념장 시장은 좀체 커지지 않았다. 이 시장은 연간 2백억원 안팎에서 수년째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품질 개선과 마케팅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있다'거나 '너무 달다'는 등의 소비자 불만을 묵과한 채 가격만 조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양념장 업체들의 제품 차별화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선수를 친 업체는 대상. 이 회사는 지난해 초 과일과 야채의 함량이 최고 52%에 달하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했다. 덕분에 지난해 양념장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작년 말 CJ가 기존 제품보다 3배나 비싼 프리미엄 제품 '다담 과일양념장'을 선보인 후 순위 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3백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3월 양념장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역전이 확인됐다. CJ(39.8%)가 0.7%포인트 차로 대상(39.1%)을 추월한 것. CJ 관계자는 "다담이 양념장 세대 교체의 핵"이라며 "자체 조사에서도 서울 점유율이 52%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측은 대대적인 판촉과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또 쏟아부은 돈에 비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폄하했다. 대상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능성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진짜 경쟁은 그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념장 시장에서는 오뚜기의 '고전'도 눈에 띈다. 이 회사 주력제품 중 양념장을 제외하곤 3위는 거의 없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격 조정을 준비 중"이라며 "유통망 확대와 고급 제품 출시로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