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라크전쟁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이라는 반전(反戰)성명을 채택,발표했다. 참으로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옳으냐,반대하는 것이 옳으냐는 다음다음 문제다.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이런 형태의 성명을 내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우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운동단체라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고,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집회나 시위를 벌이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하나인 인권위가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부서(副署)를 받아 국회에 제출한 동의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성명을 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행위다. 국가인권위가 스스로의 존재를 크게 잘못 인식하지 않았다면 이번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본다. 국가인권위가 행정부의 한 조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인권위원장이 자신도 출석,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국무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이라크전쟁은 불법전쟁'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규탄한 하극상(下剋上)에 다름없다.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이전에는 중앙관서장이라도 자기 소신을 밝힐 수도 있겠지만,이미 정부 차원에서 결론을 냈다면 국무위원에 준하는 책임있는 공직자의 언행은 절제돼야 마땅할 것 또한 상식이다. 인권위의 이번 성명이 대외적으로 한국정부를 얼마나 망신스럽게 만들었을지 인권위 관계자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번 성명이 '국가인권위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는 법3조2항을 확대해석한데 따른 것이라면 이 또한 수준 이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장관급 공직자가 해외출장시 거쳐야 할 절차도 거치지 않아 구설수를 낳았던 일을 되새기면 '독립'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이번 같은 일을 했을 공산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이제 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 상임·비상임위원들은 반전성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소신을 분명히 하는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