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이라크파병 동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동의안에 대해 집권 여당이 반대 목소리를 주도해 동의안 처리를 지연시킨 것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여당 맞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뒤바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5일 여야의 논의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민주당은 오전 회의에서 격론끝에 파병안에 대해 찬성하는 방향의 '권고적 당론'을 결정했다. 그러나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일부 의원의 강력한 반대로 오전에 정한 당론을 백지화하고 표결을 늦추기로 했다. 민주당의 결정은 야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던 한나라당은 오후 의총에서 반론이 일부 제기됐음에도 '권고적 찬성'을 당론으로 정해 여전히 찬성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접하고 다시 회의를 열어 처리를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총대를 멨다가 자칫 '여론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당인 민주당이 파병안의 본회의 처리에 고추가루를 뿌린 셈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익이 걸린 국가적 중대사라는 점을 감안할때 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당이 고민하는 게 자연스런 일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라크전의 정당성 시비가 일고 있는 데다 반전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집권 여당으로서의 기본 자세를 논할 때 '적절한 행동이었느냐'는 질문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당은 국정운영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회동하고 각종 당정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우리 앞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북핵문제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당정이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보면 "정부가 국익을 위해 고심끝에 파병을 결정한 마당에 여당이 앞장서 발목을 잡는 게 집권당으로서 취할 자세냐"는 당내 비판이 왠지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