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다고 걱정만 말고 은행 문부터 두드리세요.' 국내 신용불량자 수가 3백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은행들이 개인워크아웃제도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연체고객들의 신용회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행에 따라서는 최고 70%까지 원리금을 탕감해 주고 있어 빚 문제로 고생하는 신용불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4월부터 석달간을 특별신용갱생기간으로 정해 다른 금융회사 연체없이 국민은행에만 빚을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 5만2천명을 대상으로 신용갱생 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국민은행은 대상자의 연령과 소득수준,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원리금의 10∼20%를 탕감한 뒤 나머지는 5년간 나눠 갚도록 하거나 원리금의 30∼40%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일시에 갚게 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지원프로그램의 대상이 된 사람들의 연체금액은 총 2천억∼3천억원 정도"라며 "이 채권에 대해선 이미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대부분 상각처리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연체금액이 회수되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흥은행도 26일부터 6월말까지를 '연체감축 특별 캠페인' 기간으로 정해 자체 가계여신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연체금의 20% 가량만 상환받고 나머지 연체금을 보증인없이 장기 분할상환토록 하는 무보증 대환대출을 시행한다. 보증이 있는 대환대출의 경우에도 보증인 요건을 일정한 직업과 소득을 갖춘 급여생활자로 규정, 대환대출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달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상각대상 채권에 한해 원리금의 70%까지 감면해 주고 있다. 또 연체금의 50%까지 영업점장 전결로 깎아주며 본부협의를 통해 20%를 추가로 감면해 준다. 이 은행은 타행 연체금이 있는 신용불량자들까지 무보증 대환대출(현금서비스 등 단기채무를 장기대출로 전환해 주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계속 연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는 채무자로서 일시 자금사정이 나빠진 연체자 △타행 채무가 없고 빚 총액이 2천만원 이내인 채무자 △신용불량자 등을 대상으로 신용갱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내용에는 원리금감면 기간연장 분할상환 상환유예 이자율인하 등이 포함돼 있다. 원리금 감면의 경우 상각채권에 한해 원금의 3분의1 범위내에서 최고 1억원까지 탕감해 주고 있다. 이밖에 한미은행은 그동안 대환대출시 일괄적으로 20%를 적용해 왔던 연체금 상환비율을 10%로 낮추거나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유병연.조재길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