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컬렉션위크가 한국패션협회 한국패션디자인센터 주최,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됐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문파'를 가리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인 첫 무대.진태옥 이영희 등 유명 디자이너부터 조은미 등 신진 디자이너까지 54명이 다음달 3일까지 9일간 '패션 대장정'을 펼친다. 컬렉션 통합 원년인 올해는 일단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뉴웨이브인서울(NWS) 등 디자이너그룹과 개인 디자이너별로 2003·2004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한다. 첫날 첫무대는 한국 패션계의 '대모' 진태옥씨가 열었다. 하얀 눈밭처럼 꾸며진 무대와 군데군데 뿌려진 작은 꽃송이들이 순수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지구상에 있는 컬러는 다 써본 것 같다"는 진씨의 소개대로 다채로운 색감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동안 진씨의 작품에 등장하지 않던 꽃무늬 프린트도 다수 선보였다. 꽃무늬가 그려진 가죽 재킷,큼직한 꽃무늬를 섞어짠 풍성한 니트 코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작품들의 특징은 '부조화의 조화'. 빨강·노랑처럼 흔히 어울려 입기 쉽지 않은 컬러나 옷감을 자유롭게 뒤섞었다. "촌티패션이랄까요.아무렇게 입은 듯하면서도 은근히 멋스러운 느낌을 내는 데 애썼습니다.모양을 내고 골라입는 옷이 아니라 삶의 수단으로서의 옷을 고찰해보고 싶었어요." 진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규례씨는 '내추럴&프리덤'이라는 타이틀로 무대를 꾸몄다. "부드러운 소재를 쓴 대신 강한 터치로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함께 강조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 울,실크,레이스,벨벳 등을 주소재로 세피아,체스트넛,코럴블랙 등 강렬한 색상이 무대를 수놓았다. '영원한 로맨티스트' 손정완씨는 '트위닝(꼬기)'을 테마로 삼았다. 여러가지 장르를 꼬고 합쳐 새로운 맛을 선보였다. 펠트와 베이비 램 등의 소재를 자유로운 커팅으로 요리했다. 좁고 부드러운 어깨선과 가슴 밑으로 허리선을 끌어올린 엠파이어 라인으로 귀여운 분위기를 한껏 낸 것도 특징이다. 일본에서 많이 활동한 김철웅씨는 '파랑새'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50년대와 7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일을 접목시켜 전통과 새로움이라는 역설적인 조화를 추구했다"는 게 그의 말. 첫날 마지막 무대를 꾸민 박윤수씨의 테마는 '아이 필 굿(I Feel Good)'.박씨는 '입어서 기분좋은 옷'을 표방했다. 실크새틴,스웨이드,가죽,모피,윈터코튼 등을 선샤인블루 골드베이지 색상을 중심으로 화려한 맛을 살려냈다.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