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께 서울 충정로 농협 본사 16층.경향 각지에서 모인 26개 농민단체 대표들이 농민단체 합의기구인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급진 성향을 띤 단체들과 포도회 등 보수적 성격을 띤 품목조합들이 서로 다른 사람을 추천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 20일에도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10여시간 넘게 다퉜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정을 이날로 미뤘던 것.특히 25일부터 시작되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과 관련,농민단체 대표들이 제네바로 떠나야 하는 터여서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데도 이들 두 그룹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총회를 끝냈다. 특히 전농 한농 등 6개 단체들은 회의를 마친 후 기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 협의체인 전국농민단체협의회에서 탈퇴하고 이들만의 새로운 협의체인 '전국농민연대'를 구성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국농민연대 창설에 주도적으로 나선 전농 한 관계자는 "회원수나 실질적 활동측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개 단체가 그동안 기존 협의체에서 갖는 발언권은 너무 미약했다"며 "앞으로 농업개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주도세력 없이 여러 농민단체가 저마다 다른 주장을 해대는 현재와 같은 조직력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런 전격적인 행보배경에는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나 청와대가 농민단체와 의견을 조율할 때 전국농민단체협의회를 통하기보다는 전농 등 개별 단체와 사이클을 맞춰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전국농민연대의 출범으로 농민단체가 '양 계파'로 나뉘어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경우 대외개방 협상력을 높이기는커녕 정부의 부담만 커질 것이 뻔하다. 새 정부는 WTO 농업협상단에 비정부기구(NGO)대표를 참여시키기로 결정할 정도로 여론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태도에 편승해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세력들이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정부가 뒷감당을 어떻게 할는지 걱정된다. 임상택 사회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