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26일로 개전 1주일째를 맞으면서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물류난이 심화되는 등 우려했던 상황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격을 앞두고 이라크측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전쟁이 중.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전쟁발발과 함께 가동했던 비상경영체제를 재점검하면서 유가나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등 중.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 피해속출 = 이라크전 발발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물류비가 인상되면서 수출기업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항공사는 운항중단, 승객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또 한.미재계회의 미국측 위원장인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의 방한 계획이 취소되고 캐나다의 티소 옵티컬 등 2개 기업도 제품 및 부품구매차 한국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포기하는 등 발걸음을 돌리는 기업인과 바이어들도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개전직전 미주노선 29편을 감편한데 이어 개전 이후 카이로 노선을 비롯해 4개 중동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의 3월 국제선 탑승률은 평균 70%대로,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을 제외한 전구간이 60%대로 각각 떨어졌고 예약률도 낮아지고 있으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도 항공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자업계도 삼성전자의 경우 백색가전과 디지털제품의 중동지역 수출이 1, 2월의 경우 목표치보다 10% 가량 감소했고 이달도 아직 월별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목표치의 80% 수준을 밑돌 것으로는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원래 이라크 수출은 거의 없었으나 전쟁 개시후 시리아, 쿠웨이트, 요르단 등 주변국들에 대한 수출 물동량이 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에 쿠웨이트로 보낸 수출물량 240대를 전쟁에 따른 영향으로 쿠웨이트에 하역시키지 못해 두바이로 항구를 변경했으며 기아차 역시 두바이로 하역항을 바꿨다. 완구류업체 햇님토이는 쿠웨이트로의 수출품 선적이 보류되면서 6만달러 가량의 피해를 입었으며 제이에스인터내셔널은 사우디 바이어의 수출중단 요청으로 10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직원 안전은 `이상 무' = 기업들은 사전에 준비한 비상 시나리오에 따라 직원들을 신속하게 안전지대로 피신시켜 이들이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보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쟁발발 후 직원들을 역내 안전지대와 유럽 등지로 대피시켰으며 두바이지사에서 현지 대사관 등으로부터 전쟁 대비 지침을 받고있다. 삼성전자는 하루 2차례 인력현황 등 현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LG전자의 카라치와 암만, 제다 등지 주재원들은 이미 남아공으로 대피했으며 두바이지사 주재원들만 현지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잔류하고 있던 있던 한국인 직원 4명과 제3국인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켰다. LG건설과 대림건설 등도 쿠웨이트 현장직원들을 귀국시키거나 두바이 등 안전지대로 옮겼다. ◆비상경영체제 강화 =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비상대책을 마련했던 삼성은 전쟁이 중.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나타나자 기업 유동성, 환율 및 유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아울러 전쟁이 장기화되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제품 수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대체 수송로 확보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공업체들도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인천-괌 노선의 운항을 오는 30일부터 9월까지 중단키로 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노선재편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과도한 술자리와 골프 등을 자제토록 하는 등 경비지출 억제와 임직원의 정신재무장을 통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매일 오전 7시 사장 주재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정유사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해 SK㈜는 신용도의 추가 하락으로 원유도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석유공사의 비축유를 임차해 사용한다는 내부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원유 수송선박들이 위험부담 때문에 쿠웨이트항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차량을 이용해 쿠웨이트의 원유를 남쪽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까지 수송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LG칼텍스정유는 전쟁 시작과 함께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원유 도입물량을 줄이는 대신 호주와 서아프리카 등으로부터의 도입물량을 확대해 안정적 원유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국제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24시간 가동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중동지역 정세변화와 원유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ssh@yonhapnews.co.kr